[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이상철 기자] “약속의 땅 포항에 오신 소감이 어떤가.” 17일 류중일 삼성 감독이 가장 많이 인사말 중 하나였다. 삼성에게 포항은 약속의 땅이다. 2012년부터 해마다 포항구장을 찾는데 26승 6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0.813에 이른다. 놀라운 건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2승 1패(0.667)-7승 3패(0.700)-8승 1패(0.889)-9승 1패(0.900).
지난 15일 롯데에 패하며 9위로 내려앉은 채 포항을 방문한 삼성이었다. 올해는 포항에 6경기가 배정된(다음 경기는 7월 12~14일 롯데전) 가운데 그 상대는 4연패의 10위 한화. 역대 포항 한화전 성적은 6승 2패. 반등의 계기를 잡고자 했다.
그런데 한화는 삼성을 만나면 힘을 펄펄 냈다. 지난해 삼성전 10승 6패로 우세했다. 삼성이 열세였던 건 한화가 유일했다. 그 관계는 올해도 이어졌다. 한화는 첫 대전 3연전에서 2승 1패로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 포항을 찾은 삼성 라이온즈의 끈기는 대단했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추격전을 펼치며 연장 혈투를 벌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두 팀의 대결은 상당히 팽팽했다. 지난 대전 시리즈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번에는 난타전과 거리가 멀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한화가 달아나면 삼성이 곧바로 따라잡았다. 그 추격전이 끝까지 펼쳐졌다.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은 없었다. 지난 11일 LG전에 3이닝만 소화한 장원삼은 7회까지 마운드 위에 있었다. ‘퀵후크’는 기본 옵션이었던 한화에서 이태양은 5이닝을 책임졌다. 지난 2014년 10월 7일 롯데전(5⅓이닝) 이후 가장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두 투수는 몇 차례 위기를 맞이했으나 슬기롭게 잘 극복해갔다.
뒤집어 한화와 삼성은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한화는 달아날 기회를, 삼성은 뒤집을 기회를. 빅이닝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흐름은 7회 이후 불펜 싸움으로 번졌다. 어차피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이미 대전에서 8회의 무서움을 서로 경험했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7회 조인성의 마수걸이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8회 1사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곧바로 삼성의 반격이 펼쳐졌다. 타격감이 좋은 백상원의 2루타(4타수 3안타)로 무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위기를 직감한 한화도 정우람 카드를 꺼냈다. 삼성도 옆구리 근육통이 가시지 않은 대주자 박해민을 투입했다. 조동찬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8회, 그 운명의 수레바퀴는 얄궂었다. 정우람의 폭투로 삼성은 기사회생했다. 한화는 허탈한 실점이자 동점 허용.
↑ 정우람은 17일 포항 삼성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 1사 3루 위기를 막지 못했다. 폭투로 허탈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삼성은 시즌 3번의 연장 경기를 모두 이겼다. 그리고 올해 첫 포항 경기에서도 웃으며 ‘약속의 땅’, 그 전설을 이어갔다. 반면, 한화는 10승을 눈앞에 두고 5연속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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