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이대호(34)가 시애틀 입단 결정 소식을 알리기까지는 근 석 달이 걸렸다. 이대호처럼 확실한 실력을 가진 타자가 불확실한 진로 속에 놓인 채 하루하루가 지나가자 지켜보던 우리 팬들이 더 불안해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실제로 불과 몇달전 일본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이대호를 두고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일부 평가는 참 야박했다. ‘스윙이 너무 크다’ ‘나이가 많고 체중이 너무 나간다’ ‘ML 투수들의 빠른 공을 적응하기 어렵다’ 등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코멘트들이 들렸다.
그러나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대호는 제한된 출전기회 속에서도 확실한 그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대타로 출전하고 있지만 20일(한국시간)까지 24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날렸다. 이중에는 지난달 텍사스와의 연장전에서 터뜨린 끝내기홈런도 포함돼있다.
↑ 이대호는 빠르고 안정적인 ‘스테이백’ 동작을 갖고 있어 빠른 공 대처를 잘해낸다. 지난 11일(한국시간) 탬파베이전에서 4회 3점홈런을 날리던 모습. 사진(美 시애틀)=AFPBBNEWS=News1 |
이들의 성공적인 ‘빅리그’ 연착륙을 이끈 한발 앞의 선구자 강정호(피츠버그)는 무릎수술 후 재활에서 돌아오자마자 첫 경기에서 연타석홈런을 터뜨리며 인상적인 복귀를 했다.
나는 이들 한국인 타자들이 거의 ‘시행착오’ 없이 바로 ML 무대에서 통할 수 있던 핵심기술 중의 하나를 적극적인 ‘준비자세’로 보고 있다.
강정호와 이대호는 자주 다리를 높게 들고 나가는 일명 ‘레그킥’ 타격폼을 가지고 있다. 타이밍 싸움에서 불리하다는 우려를 듣곤 하는 폼이지만, 이들은 훨씬 빠른 공을 상대해야 하는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폼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뛰어나게 빠른 준비동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준비’라 하면 그저 배트를 들고 있는 자세를 생각하기 쉽지만, 타격의 준비란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배트를 언제든지 강하게 돌릴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체가 먼저 움직이고 배트를 잡은 손은 뒤에 그대로 남겨두는 ‘스테이백’ 동작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이고 민첩한 준비자세인 ‘스테이백’을 완성한 타자는 배트가 밀렸다 나오는 타이밍 손실 없이 곧바로 스윙을 시작할 수 있다.
박병호는 이 준비동작이 일반적인 타자들에 비해 빠르고 강정호, 이대호는
우리 타자들의 타격기술이 이제 ‘꿈의 리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음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뉴스타들이 부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길 응원한다. <계속>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