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새크라멘토) 김재호 특파원] 역할도 뚜렷하지 않았고, 출전 시간도 많지 않았다. 구단의 뜻에 거스른 선수라는 이유로 야유까지 받았다. 그러나 김현수(28·볼티모어)는 굴하지 않았다. 벤치 멤버에게도 볕들 날은 온다. 김현수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타격 머신'의 부활
김현수 한 주 성적: 5경기 18타수 7안타 1홈런 1타점 2볼넷 5삼진
시작은 휴스턴 원정이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시리즈 첫 경기에서 볼티모어는 무려 19개의 삼진을 허용하며 연장 13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26일 경기에서도 팀은 18개의 삼진을 허용하며 패했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9번 좌익수로 출전한 김현수가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김현수는 다음 날에도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 지난 한 주는 김현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앞선 12경기에서 33차례 타석에 들어선 것이 전부였던 김현수는 지난 한 주간 5경기에서 21차례 타석에 들어서며 꾸준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매 경기에서 조금씩 뭔가를 해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리올스 구단은 그의 한국 유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좋은 외야수 한 명을 잃을 뻔했다.
부상 걱정 지운 활약
강정호 한 주 성적: 5경기 17타수 6안타(2루타 1개) 1홈런 6타점 1볼넷 3삼진
슬라이딩 도중 손에 부상을 입어 모두를 놀라게 했던 강정호(29·피츠버그)는 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복귀, 정상적인 경기를 소화했다. 선발 출전한 4경기 중 3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27일 애리조나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5-3으로 앞선 8회 2사 만루에서 에반 마셜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하루 뒤 장소를 알링턴으로 옮겨 치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점 홈런을 작렬, 상대 에이스 콜 하멜스를 무너뜨렸다.
파이어리츠 구단은 계속해서 강정호를 '이틀 선발-하루 벤치'의 흐름으로 기용하고 있다. 큰 부상에서 복귀한 강정호를 배려한 결정이다. 강정호는 의미 있는 활약을 이어가며 구단의 배려에 보답하고 있다.
터널의 끝?
박병호 한 주 성적: 5경기 18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 6삼진
전주 5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병호(29·미네소타)는 지난 한 주 5경기 중 3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다. 안타는 있었지만, 장타는 여전히 없었기 때문. 시즌 타율은 오히려 지난 주보다 더 떨어져 0.214까지 추락했다. 아직 완전히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
다행인 것은 팀은 반전에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에 박병호도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이다. 28일 캔자스시티 로열즈와의 홈경기에서 7회 점수 차를 벌리는 1타점 적시타로 팀의 7-5 승리에 기여했다. 기세를 탄 트윈스는 이어진 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3연전을 모두 이겼다. 지난달 LA에인절스 홈 3연전(4월 16~18일) 스윕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스윕이다.
↑ 강정호는 여전히 파워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
타순 승격
이대호 한 주 성적: 5경기(선발 2경기) 12타수 3안타 1타점 4삼진
선발 기회는 여전히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의미 있는 한 주였다. 그동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때는 7~8번 하위 타순에 자리했지만, 지난 24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를 기점으로 선발 타순이 5번으로 올라갔다.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안타로 타점도 올렸다. 장타가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은 옥의 티다. 그러나 그는 언제든지 '맞으면 넘어간다'는 믿음을 받고 있는 선수다.
워싱턴에서 씻은 '피홈런 악몽'
오승환 한 주 성적: 4경기 4이닝 3피안타 1피홈런 5탈삼진 3실점
시카고 컵스에게 당한 아쉬움을 워싱턴 내셔널스에게 풀었다. 오승환은 지난 한 주 컵스를 상대로 2경기, 워싱턴을 상대로 2경기에 나왔다. 이 과정에서 26일과 27일 한 차례 연투를 소화했다.
26일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에게 3점 홈런을 헌납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실점. 지난 4월 21일 컵스를 상대로 2피안타 2실점을 기록한데 이어 다시 한 번 컵스, 그중에서도 중심 타선을 상대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남겼다. 세인트루이스와 컵스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오승환은 그 아쉬움을 워싱턴DC에서 씻었다.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 모두 무피안타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했다. 브라이스 하퍼, 제이슨 워스 등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뺏으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이주의 한마디
"우리는 모두 그가 날카로운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생각에 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알았을 거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 30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뒤 '볼티모어 선'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김현수가 팀 동료들의 '침묵 세리머니'를 미리 눈치챘을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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