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올스타전 후보에 든 적 있어?”(손혁 투수코치) “전 후보가 아니라 올스타전에 가본 사람입니다.”(박승민 불펜코치)
2일 오후 넥센의 더그아웃은 올스타전 이야기로 훈훈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스타전 팬 투표에 앞서 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에 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넥센의 올스타전 베스트12 후보 명단 가운데 눈길을 끈 건 선발투수 신재영보다 중간투수 김상수였다. 올해 21경기에 출전해 10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한 김상수는 팀 내 경쟁을 뚫고 이 부문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상수의 첫 올스타전 후보 등록이다.
김상수가 그 소식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자, 손 코치가 날선 한마디를 꺼냈다. “야구계가 이상한 거 아냐.” 손 코치 특유의 농담 섞인 핀잔이다. 그 앞에 있던 박 코치도 새삼 놀라긴 마찬가지.
↑ 넥센의 손혁 투수코치(왼쪽)는 앞으로 박승민 불펜코치(오른쪽) 앞에서 올스타전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 지 모른다. 사진=MK스포츠 DB |
박 코치의 말은 사실이다. 박 코치는 프로 7년차였던 2006년 김인식 감독(당시 한화)의 추천선수로 서군 올스타에 뽑혔다. 명단 발표 당시 3승 4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1.40으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시즌 최종 성적은 5승 5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82).
그 말에 흠칫 놀란 손 코치다. 그리고 “올스타전에 뛴 적이 있냐”는 질문에 ‘티나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 코치는 “올스타전에 나간 적이 없다. 그런데 원래 나갈 수 있었다. 1999년 구단(LG)에서 후배인 (김)상태를 추천해서 내가 양보했다”라고 어깨를 펴며 답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내가 사람이 좋아서.”
1998년 프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1승)를 올렸던 손 코치는 1999년에도 LG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다(시즌 최종 성적은 10승 9패 평균자책점 4.29).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배의 미덕이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손
곧바로 후배의 반격이 펼쳐졌다. 박 코치는 “야구계가 이상했던 게 아니라 팀에서 밀렸던 거네요.” 손 코치는 열심히 손사래를 쳤지만, 박 코치는 그 말을 남긴 채 당당한 걸음 속 코치실로 유유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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