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벤치를 지키다 중요한 순간, 어려운 투수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대호(33)는 한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는 3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 선발 명단에는 빠졌지만, 대타로 나와 중요한 역할을 했다.
5회까지 2-1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시애틀은 6회 상대 선발 콜린 레아가 흔들리는 틈을 타 추격을 시작했다. 1사 만루에서 카일 시거의 2루타가 나오며 12-4까지 추격했다.
↑ 6회 홈런을 친 이대호가 자신의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AFPBBNews = News1 |
서비스 감독은 그간 상대 선발에 맞춰 이대호와 린드를 플래툰으로 기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지켰지만, 경기 도중 상대가 불펜 투수로 교체할 때는 이를 잘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서비스는 바로 이대호를 올렸고, 이대호는 이에 3점 홈런으로 응답했다. 이대호는 7회에도 1타점 우전 적시타로 팀의 빅이닝을 이끌었다. 이후 동점 득점까지 기록했다. 이날 역전승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위치가 위치다 보니, 이대호는 이번 시즌 대타로 들어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에게는 낯선 역할이지만,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타 성적만 놓고 보면 12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타 타율로는 같은 팀의-역시 플래툰의 적용을 받고 있는-프랭클린 구티에레즈(12타수 4안타)와 함께 가장 좋은 타율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어 대타 자체가 많지 않은 아메리칸리그지만, 그중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대타로 나와 2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대호를 포함해 단 8명에 불과하다. 7타점은 맷 조이스(피츠버그), 브랜든 모스(세인트루이스)와 함께 공동 1위다.
여기까지 얘기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타자라면, 대타보다는 선발로 쓰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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