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안규영(29)이 입단 후 6년 만에 감격의 데뷔승을 거뒀다. 예상치 못한 선발 등판 기회였다. 등판 하루 전날 자신이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도 있었다. 10년 전 학창시절 현재는 한 팀의 ‘에이스’가 된 SK 투수 김광현(29)과의 맞대결과 패배가 있었던 것.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10년 후에야 설욕했다.
안규영은 5일 잠실 SK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떨릴 법도 했다. 하루 전날 통보 받은 3년만의 1군 선발 마운드였다. 사실 5일 전 124구를 던진 장원준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임시 선발’에 가까웠지만 안규영은 단 한 번의 등판 기회를 제대로 잡았고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큰 기대보다는 그저 버텨주길 기대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안규영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공 개수만 던져줘도 된다. 사실 실점은 크게 상관 안 한다. 어느 정도 던져주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시켜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발언이었기도 했지만 상대 에이스와 맞붙는 안규영에게 현실적인 기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규영은 경기 초반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득점 지원도 받았다. 팀 타선이 김광현을 상대로 4회까지 4점을 뽑은 것.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안규영은 2회 삼진 후 상대 도루 실패, 4회 병살타 유도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최대 위기인 5회 2사 2,3루에서도 범타를 유도해 승리투수 조건을 갖췄다.
↑ 두산 투수 안규영 사진=김재현 기자 |
승리 후 안규영은 먼저 집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간 마음고생을 안겨드렸지만 승리의 기쁨을 드디어 전해드린 것. 그만큼 절실했던 첫 승이었다. 안규영은 “6년 만에 데뷔승을 올렸다. 그간 고생을 하신 부모님이 떠오르는데 기쁨을 전해드린 것 같아 좋다.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 야수들이 초반 점수를 뽑아서 편하게 던졌다”며 데뷔승읠 감격을 전했다.
동갑내기 김광현과의 숨겨진 사연도 있었다. 휘문고 재학 시절 안규영은 지난 2006년 6월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당시 안산공고 소속 김광현을 상대했다. 결과는 2-3으로 패배. 그 후 10년 만에 다시 맞대결에 나선 상황이었다. 당시와는 위상이 달라진 김광현이었지만 안규영은 호흡을 자주 맞췄던 포수 박세혁과 함께 10년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안규영은 “하루 전날 선발 등판 이야기 듣고 고등학교 시절 김광현과 맞대결이 생각났다. 당시는 졌는데 오늘은 이겼다. 평소 코치님들이 기회가 올테니 잘 준비하고 있어 라고 다독여주셨다. 예전 1군과 상무에서 박세혁과 호흡 맞춘 적이 있어서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쏠쏠하게 사용한 포크볼은 이용찬과 정재훈에게 전수 받은 무기였다. 안규영은 “원래 (이)용찬이에게 조금 배웠고 지난 스프링 캠프에서는 룸메이트인 (정)재훈이 형에게 배웠다. 원래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포크볼 그립으로 던지는 걸 군 복무 2년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입단 6년만의 데뷔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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