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야구팀] 한주간의 그라운드에는 안타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쏟아진다.
10개 구단에서 한마디씩 모아 보는 ‘주간채팅창’. 5월31일부터 6월5일까지 들었다.
↑ 그래픽=이주영 기자(tmet2314@maekyung.com) |
5일 잠실구장 두산 더그아웃. 최근 꾸준히 제몫을 해주고 있는 5선발 허준혁에게 어느 기자가 별명을 물었다. “제 입으로 말해야 해요?” 쑥스러운 ‘허가너’. 그런데 평소 그가 경기를 챙겨보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메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의 라이벌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라는 게 함정.
▶ ‘투혼’의 그늘
연장혈투가 펼쳐진 3일과 5일, 2패한 삼성의 마지막 마운드는 심창민이었다. 3일 3⅓이닝 61구를 던졌고, 하루를 쉰 뒤인 5일에는 1⅓이닝 동안 23구의 투혼을 던졌다. 심창민은 안지만을 구원했던 3일 9회 2사후 연장 11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지만, 팀이 11회까지 득점에 실패한 가운데 12회 한화 로사리오의 내야안타로 결승점을 내줬다. 당시 교체를 고민했던 류감독에게 더 던지겠다고 얘기했다고. “그 상황에 (마운드에) 안 오를 투수는 없을 겁니다.” 짠한 이 투수는 2일까지 무패였지만, 주말 한화전 이후 2패 투수가 됐다.
▶ 그럴 리가요
무려 592일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31일 두산전에서 NC 원종현은 1이닝동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시속 152km의 속구를 뿌려대면서. 하루 뒤 마산구장의 김경문 감독에게 원종현의 강렬한 복귀전에 대한 축하가 쏟아졌다. “두산에서 일부러 삼진을 당한 거지.” 영혼 없는 농담이란 이런 것.
▶ 푸짐한 한턱 보다 합리적인 한턱
지난달 28일 원정 kt전에서 시즌 7승째를 따낸 신재영(넥센). 동료들에게 ‘7승턱’을 내기 위해 홈 삼성전이 열린 31일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왔지만, 막상 돈쓰기도 쉽지 않다. 배달음식 메뉴 결정을 다수결에 맡겼는데, 주장 서건창이 모아온 결론이 ‘일단 보류’였기 때문. 신재영의 5승에 걸려있던 손혁투수코치의 ‘피자공약’이 지난달 13일 시행된 후라 아직 피자가 당기지 않는 넥센 선수들은 메뉴 고민으로 ‘장고’를 택했다고. “제가 좀 합리적인 사람이죠.”동료들의 식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신재영의 다음 ‘한턱 예정일’은 10일이다.
▶ 전략은 ‘닥공’인데...
4일 잠실구장의 SK 김용희 감독. 1-4로 패한 전날 두산전에서의 빈공을 “정말 나와서는 안 될 경기”라고 답답해하면서 “상하위 타선이 동반침체”라고 한탄했다. 그래서 들고 나온 이날의 실험은 외국인타자 고메즈의 톱타자 기용. “전북 현대 최강희감독처럼 닥공입니다.” ‘닥치고공격’을 외친 감독에 응답해 고메즈가 멀티홈런으로 앞장선 타선은 이날 9안타로 6점을 얻었다. 하지만 6-7로 패배. ‘톱타자 고메즈’의 불씨가 하루 만에 사그라진 하루 뒤가 더 암울했다. 두산의 임시선발 안규영과 맞선 ‘닥공전략’ 2일차에 영패. 참 안 풀리는 SK다.
▶ 나도 몰랐던 나의 능력
2일 SK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 승리투수가 된 한화 장민재. “평소 ‘칠 테면 쳐봐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더니 타자들이 정말 다 쳤다”는 그는 “이번에는 ‘못 쳐라’ 하고 던졌더니 그렇게 됐다”고. 이제야 발견한 ‘저주피칭’의 재능? 당분간 이 전략을 밀고 나갈 작정이다.
▶ 어서와, 1군 무대는 처음이지
KIA의 열아홉살 외야수 이진영. 지난달 말 전격적인 1군 콜업에 이어 1일 잠실구장 LG전에서 2경기 연속 선발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김기태감독은 “깜짝 놀랄 일이 벌어져도 이해해 달라”는 ‘예고’로 수비실수를 각오하는 모습이었지만, 이진영의 ‘깜찍한 신고식’은 타석에서 나왔다. 3회 1사후 첫 타석에서 1B2S를 만든 3구째 헛스윙 후 더그아웃으로 귀환. “초구가 스트라이크였는줄 알고...” ‘초긴장’의 신인은 다시 불려나온 타석에서 땅볼을 쳤으나 실책으로 출루했고 결국 홈으로 생환해 결승득점을 올렸다.
↑ KIA 루키 이진영이 1일 잠실 LG전에서 볼카운트를 착각해 2스트라이크 만에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쑥스러운 얼굴로 타석에 되돌아오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1일 사직구장 kt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레일리(롯데). 지난해 kt전 3경기서 2패뿐으로 ERA 19.96으로 고전하면서 kt전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굴욕까지 경험했던 그가 이날 kt전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지난해 kt전의 악연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는 레일리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상대했다”며 ‘천적’의 기억을 스스로 봉인한 것이 호투의 비결이라고.
▶ 몸으로 말해요
4일 수원구장 kt전은 LG 우규민의 보름만의 선발 복귀전이었다. 지난 4월26일 삼성전 완봉승 이후 밸런스를 잃고 5월 한달동안 부진했던 우규민과 ‘어떤 대화를 나눠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양상문감독은 “뭘 대화를 해, 몸으로 보여주면 되지”라며 2군에서 한 템포 조절을 시킨 것으로 회복을 위한 교감을 나눴음을 자신. 우규민은 이날 5⅔이닝 4실점으로 3연패를 끊고 한 달여만의 승리투수가 됐다.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말보다 몸으로 말한 이는 kt에도 있다. 4번타자 유한준의 부상과 이후 4번을 맡은 김상현-이진영까지 모두 부상으로 1군 엔트리서 말소된 뒤 4번에 나서고 있는 박경수. “진짜 위압감이 하나도 없는 4번타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