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를 이기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야구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필패는 아니다. 삼성은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병살타 3개를 기록하고도 8회에만 8점을 뽑으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왜 이리 못 칠까.” 류중일 삼성 감독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최근 이상한 마법에 걸렸는지, 너도나도 만루 찬스마다 침묵하는 게 답답할 지경이다. “그래도 어제(7일) (김)상수가 하나 결해줬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삼성은 최근 만루 찬스가 반갑지 않았다. 볼넷, 안타, 희생타 하나면 점수를 뽑을 수 있으나 삼성은 번번이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서 4번의 만루 찬스를 무산시키더니 지난 7일 잠실 LG전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김상수가 2-2로 맞선 8회 1사 만루서 싹쓸이 2루타를 치며 승기를 잡았다. 김상수는 “병살타 3개를 치며 어려운 경기였으나 분명 한 번은 더 찬스가 올 거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 삼성은 8일 LG보다 많은 안타를 쳤다. 그러나 더 많은 4사구를 내줬으며, 만루 찬스마다 방망이는 조용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병살타는 적을수록 좋은 법. 그 점에서 삼성은 8일 경기에서 나쁘진 않았다. 병살타는 1개(9회)였다. 오히려 LG가 5회와 7회 두 차례 병살타를 범했다. 그러나 삼성에겐 더 해로운 만루가 있었다.
삼성은 리드를 뺏기며 끌려갔지만 LG 또한 정상적이진 않았다. LG 선발투수 류제국은 피안타만 11개(홈런 1개 포함)를 맞았다. 2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3-6으로 쫓던 4회 박해민의 사구로 2사 만루를 맞이했다. 타석에는 전날 스리런 홈런으로 결정타를 날린 이승엽. 2타점 적시타만 쳐도 쫄깃쫄깃한 승부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류제국의 빠른 공에 3구 삼진.
삼성의 지독한 만루 징크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회 2사 만루서 ‘어제의 해결사’ 김상수가 볼넷을 얻으며 1점을 땄지만, 이후 대타 김태완이 힘껏 친 공은 좌익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더 큰 문제였다. 만루마다 득점은 못 했는데 실점은 잘 했다. LG의 만루 시 집중력이 돋보였다 할 수 있으나, 그 단초를 제공한 게 삼성이었다. 4사구를 남발했다.
삼성 선발투수 정인욱은 피안타(5개)보다 많은 볼넷(6개)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것도 1회, 3회에 각 볼넷 3개씩이었다. LG는 연거푸 득점 성공. 특히, 3회 연속된 2사 만루서 유강남과 박용택이 잇달아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4회에도 무사 만루서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 초반의 차이는 박빙으로 전개될 경기의 후반에 미세한 영향을 끼쳤다. LG는 달아날 타이밍에
LG가 만루 기회를 모두 살렸던 4회까지 스코어는 8-3. 그리고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12-6이었다. 5점차는 오히려 6점차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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