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황선홍 전 포항스틸러스 감독에게 넘기는 지금 이 순간을 일전에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해 11월 30일 황 감독의 포항 고별전에서 “지난 5년간 황 감독님과 많은 사연이 있었다. 헤어짐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라이벌 감독으로서의 재회를 고대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달 초 장쑤 쑨텐의 거액 러브콜에 최 감독이 이직을 결심하고, 구단이 후임으로 황 감독을 빠르게 선임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전임, 후임 신세가 됐다.
↑ 최용수 장쑤 감독.. 황선홍 서울 감독.. 아직은 입에 손에 잘 붙지 않는다. 사진=MK스포츠 DB |
현역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였고,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 등 다양한 공통분모를 지녀 더 자주, 더 강하게 부딪힌 둘이어서 어색하기 그지없는 바통 터치다.
최 감독은 늘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문을 뗀 뒤, “반드시 이기겠다”라고 도발했고, 선배 황 감독은 껄껄거리면서도 “서울에는 지고 싶지 않다”고 맞받아쳤었다.
6승 8무 9패(리그 5승 5무 8패). 상대전적은 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혈투를 펼쳤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황 감독이 승리를 더 많이 가져갔지만, 8무 중에는 서울의 FA컵 및 AFC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승부차기 승리가 2회 포함해있어 사실상 비등비등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제 황 감독은 중국으로 훌쩍 떠나버린 최 감독의 그림자와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5년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AFC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등의 성적뿐 아니라
서울 구단 내에서도 존재감이 유달리 컸던 감독이었기에 황 감독으로서는 이를 걷어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황 감독이 끌고 갈 서울은 최용수의 서울과 어떻게 다를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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