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사례1: 28일 수원 kt전에 나선 최승준(SK)은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최승준은 2006년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개인통산 2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그랬던 그는 올 시즌 51경기 만에 지난 10년간 때린 홈런 수의 7배인 14개를 때려내는 중이다.
사례2: 정의윤(SK)은 지난 19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22일 LG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이어 26일 두산전서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하며 지난해 세운 개인 최다홈런(14)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번 시즌 72경기 만에 거둔 쾌거다.
사례3: 2005년 데뷔한 박병호(미네소타)가 이후 4시즌 반 동안 때려낸 홈런 수는 25개다. 2011년 7월31일 넥센으로 이적하고 난 뒤 쳐낸 홈런 수는 무려 174개다. 그는 4시즌 동안 홈런왕을 독식했다.
↑ 최승준(왼쪽)과 정의윤이 올 시즌 거포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커리어 최다홈런을 물론 리그 홈런왕 판도까지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2000년대 중반 LG 소속 유망주였지만 기량을 터뜨리지 못한 채 타 팀으로 이적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소속팀서 거포로서의 잠재력이 터지며 홈런왕 및 홈런왕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LG에서 타 팀 이적 후 만개한 거포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그보다 당시 홈이었던 잠실구장을 떠난 효과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잠실구장의 좌우는 100m, 중앙은 125m다. 메이저리그 구장에 뒤지지 않는 크기. 반면 SK의 홈인 인천 문학 행복드림구장은 좌우 95m, 중앙 120m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고척돔 시대 이전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 홈 목동구장 역시 좌우 98m, 중앙 118m였다. 급기야 과거 LG 구단은 과거 외야 펜스를 앞당기는 일명 이동식 X-존을 설치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안까지 펼쳤으나 2년 만에 폐지했다.
↑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개인통산 2홈런에 그쳤던 최승준(SK)이 올 시즌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51경기 만에 14개 홈런을 쳐내는 중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모든 요소에서 감춰졌던 이들 유망주들은 잠실을 떠난 뒤 인천, 목동 등지에서 제대로 거포본능을 발휘했다. 박병호를 시작으로 정의윤, 그리고 이번 시즌 최승준까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포유망주로 불리지도 않았던 박경수(kt)가 데뷔 후 11년 만에 잠실을 떠난 지난 시즌, 생애 처음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올 시즌 역시 67경기 동안 12홈런을 때렸으며 일시적이었지만 팀 4번 타자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들은 당장 이번 시즌을 넘어 장기적으로 KBO리그 홈런 경쟁역사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아졌다. 타격기술과 심리적 요인이 결합된다면 정의윤, 최승준 역시 장기적으로 박병호에 뒤지지 않는 성장세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소속팀 유망주였던 이들의 환골탈태 소식에 매번 공허함을 느꼈을 LG. 올 시즌 아예 팀컬러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양상문 감독은 거포보다는 중장거리, 혹은 교타자들을 대거 중용하며 짜임새에 방점을 둔 야구를 펼치고 있다. 채은성, 정주현 등 신예와 박용택, 손주인 등 베테랑타자들이 대
물론 반전도 있다. 2년차 외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LG)가 바로 주인공. 홈런 19개로 현재 이 부분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타이론 우즈(OB) 이후 약 20년 동안 끊어진 잠실홈런왕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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