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중국 창사) 강대호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로드 FC는 자신들의 전 ‘글로벌 부대표’이자 2005 K-1 월드그랑프리 히로시마대회 챔피언 밥 샙(44·미국)에게 일부러 져달라고 부탁할 이유가 없다.
후난국제전시센터에서는 2일 로드 FC 3번째 중국대회 ‘로드 FC 32’가 열렸다. 메인이벤트(무제한급)에 임한 밥 샙은 39초 만에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 경험자인 내몽골자치구 출신 아오르꺼러(21·중국)에게 그라운드 타격 TKO로 졌다.
■중국 스타 아오르꺼러 위해 밥 샙 졌다?
↑ 아오르꺼러(왼쪽)가 ‘로드 FC 32’ 메인이벤트 승리선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패자 밥 샙. 가운데는 UFC 심판 허브 딘. 사진=‘로드 FC’ 제공 |
아오르꺼러는 로드 FC 3차례 중국 개최에 모두 참여한 현지스타다. 반면 밥 샙은 2012년을 끝으로 로드 FC에서는 선수가 아닌 ‘글로벌 부대표’ 직함으로 홍보를 담당했다. 중국시장에서 아오르꺼러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하기 위한 ‘캠페인’ 차원의 패배를 의심할만한 상황이다.
■김재훈전 승리로 인생역전…리얼리티 프로그램 주연도
지난 2015년 12월26일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진행된 로드 FC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준결승에서 아오르꺼러는 24초 만에 XTM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3 출연자 김재훈(27·압구정짐)를 펀치 TKO 시켜 스타 반열에 올랐다.
↑ 아오르꺼러가 ‘로드 FC 27’ 종료 후 중국 국영방송 ‘CCTV’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CCTV 방송화면 |
로드 FC는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 상대로 제41대 천하장사이자 2005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챔피언 최홍만(36)을 낙점할 정도로 아오르꺼러의 상업성을 높이 평가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로드맨 베이징 익스프레스’ 프리퀄에 중국팀 코치로 출연한 것도 총애의 증거다.
■최홍만전 앞두고 타 대회 무단출전
그러나 아오르꺼러는 최홍만전을 앞두고 대회사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2016 동방국제종합격투쟁패’라는 대회에 출전했다. 우니에르 지리갈라(몽골)의 그라운드 펀치에 2라운드 1분13초경 TKO로 패하여 자신이 참가하는 로드 FC 무제한급 토너먼트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 아오르꺼러(왼쪽)가 ‘2016 동방국제종합격투쟁패’에서 우니에르 지리갈라(오른쪽)에게 TKO 당한 후 낙담하고 누워있다. 사진=‘2016 동방국제종합격투쟁패’ 중계화면 |
아오르꺼러는 4월15일 MK스포츠와의 중국 현지 인터뷰에서 “이틀 전에야 동방국제종합격투쟁패 참가를 통보받았다. 출전하기 싫었으나 시안체육학원(西安体育学院) 학생이기에 코치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로드 FC 무제한급 챔피언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준결승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명했다.
■로드FC 이익과 반하는 광고촬영
김재훈-아오르꺼러가 포함된 ‘로드 FC 27’의 국영 스포츠채널 ‘CCTV-5’ 생중계는 중국 격투기 역사상 최다인 3500만이 시청했다. 아오르꺼러는 이런 급격한 인지도 향상 덕분에 현지에서 여러 광고도 촬영했다.
로드 FC 고위관계자는 3일 “아오르꺼러의 중국 CF는 단체 이미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이익과 충돌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면서 “이를 방지하고자 로드 FC 27 출전 이후부터 매니지먼트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오르꺼러는 계속 조건을 상향하며 사인을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아오르꺼러에 최후통첩
아오르꺼러가 메인이벤트를 장식한 ‘로드 FC 32’는 ‘CCTV-5’뿐 아니라 중국 시청률 2위 방송 ‘후난위성텔레비전’으로도 중계됐다. “이처럼 홍보 효과가 큰 대회에 단체의 청사진을 따르지 않는 선수를 계속 출전시킬 이유가 없다. 아오르꺼러에게 최후통첩했다”는 전언이다. 관계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아오르꺼러를 위해 밥 샙을 제물로 바칠 까닭이 없다.
■밥 샙 챔피언 목표 계속
밥 샙은 6월8일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타이틀전 한번 없이 MMA 경력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 로드 FC 무제한급 챔피언을 원한다”면서 “당분간 도전권 취득에 집중하고자 ‘글로벌 부대표’에서는 잠정사퇴한다. 복귀 시기는 타이틀전 이후에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오르꺼러에게는 패했으나 아직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 밥 샙(왼쪽)이 ‘로드 FC 32’ 메인이벤트 TKO 선언 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UFC 심판 허브 딘. 사진=‘로드 FC’ 제공 |
로드 FC는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제2회 무제한급 토너먼트를 시작한다. 초대 토너먼트에는 불참했던 밥 샙이 참가할 뜻을 밝혔다
아오르꺼러도 2일 ‘로드 FC 32’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눈을 감고 주먹을 휘둘렀다. 누가 먼저 쓰러지냐의 싸움이었다”면서 서로 KO를 목표로 한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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