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무슨 요일인지 몰라요. 그저 수영만 할 뿐입니다”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던 한 수영 선수가 마침내 고대와 현대 올림픽 모두를 통틀어 가장 많은 개인전 금메달을 가진 선수가 됐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가 올림픽 수영 단일 개인종목에서 사상 처음으로 4연패를 이루며 개인전 금메달 13개로 역대 올림픽 가장 높은 곳에 홀로 선 이가 됐다.
펠프스는 12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1분54초6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그의 통산 올림픽 금메달 수를 22개로 불리는 순간이자 수영 최초의 단일 개인종목 4연패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영법에 모두 능한 펠프스는 유독 개인혼영 200m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10대 소년으로 출전한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금메달을 따더니 결국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수영을 넘어 올림픽 단일 개인종목 최다 연속 금메달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펠프스 외에는 육상 원반던지기의 알 오터(미국·1956∼1968년)와 멀리뛰기의 칼 루이스(미국·1984∼1996년)만이 4번의 올림픽에서 정상을 지켰다.
펠프스의 이번 기록은 고대와 현대 올림픽을 모두 다 뒤져봐도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대기록이라 더욱 놀랍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펠프스 이전 통산 개인전 최다 금메달을 가진 선수는 2000년 전 활동한 고대 스포츠인 레오니다스 오브 로즈(Leonidas of Rhodes)다. 그는 기원전 164년부터 152년까지 직선 경주 ‘스타디온’, 스타디온을 왕복하는 ‘다이올로스’, 무장하고 달리는 ‘호프리토드로모스’에서 4연패하며 12개의 금메달을 딴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이제 펠프스는 2000년간 이어진 기록을 깨며 시대를 막론하고 최고의 ‘올림피안’으로 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미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펠프스의 신화가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난 8일과 10일에 땄던 계영 400m, 접영 200m, 계영 800m 금메달을 더해 이번 대회 최초 4관왕 자리에 오른 펠프스는 접영 100m에서도 결승에 올라 내친 김에 5관왕까지 노린다. 보통 체력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행군이다.
실제로 펠프스는 12일 하루에만 세 차례나 물살을 가르면서도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에 먼저 접영 100m 예선을 치른 펠프스는 개인혼영 200m 결승 이후 약 30분 만에 접영 100m 준결승전까지 치렀다. 개인혼영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물에 뛰어들었음에도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당연히 펠프스를 향한 존경과 환호도 엄청나다. 이 날 수영장 관중석에서는 전설적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펠프스를 행해 거수경례를 하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비단 관중들뿐만이 아니었다. 이 날 경기가 끝난 후 펠프스가 대기실에 들어서자 영국 국가대표 수영선수 다니엘 월러스는 아예 큰 절을 하며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어느덧 올림픽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수영 경기 일정도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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