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비가 도와줬으나 결국은 지나가는 비다. 한화는 또 졌다. 그나마 9위로 떨어지지 않는 게 다행인 것일까. 그러나 불행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아닌 다른 기록적인 ‘무엇’ 때문이다. 수장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이어지는 부상 악령은 혹사 증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결승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잔여 32경기. 막판 ‘20승’을 목표로 스퍼트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뒤로 밀려가는 중이다. 게다가 지난 24일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불펜 에이스 권혁이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경기를 앞두고 예정된 훈련을 모두 소화한 뒤 갑작스레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1군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권혁은 25일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다.
↑ 줄줄이 나타나는 한화 이글스 투수들의 이상 징후들. 불펜의 에이스 권혁마저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해 한화로 이적한 권혁은 78경기서 112이닝을 던졌다. 최다 출전 공동 2위. 임정호(NC·80경기 48이닝)보다 2경기를 덜 뛰었다. 하지만 권혁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는 없었다. 중간계투로서 100이닝을 돌파하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까지 권혁은 2년 연속 100이닝 돌파 페이스였다. 올해도 66경기에 나서 95⅓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대비 전반기(76⅓이닝→75이닝)는 큰 차이가 없다. 후반기에도 20⅓이닝으로 변함없이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100이닝까지 4⅔이닝만 남았다. 시즌 내 복귀할 경우, 2년 연속 100이닝 돌파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려대로 탈이 났다. 혹사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권혁만이 아니다. 권혁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기 하루 전날 유망한 투수의 부상 소식이 알려졌다. ‘제2의 류현진’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김민우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야구 관계자, 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김민우는 지난 5월 2일 어깨 통증으로 전력 외로 분류됐다. 그런데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우측 상부관절 관절 와순 손상 소견을 받았다. 일본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서산에서 재활 중이다. 최근에는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30m 단계를 진행 중이다. 김민우가 다시 1군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날이 언제일지 알 수가 없다. 김 감독도 모른다.
한화 마운드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관심을 받았다. 긍정적인 시선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꾸준히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간계투진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한화는 불펜야구가 주를 이룬다. 기반이 잘 다져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의 야구 색깔이 그러했다. 투수는 더 빨리, 더 자주 바뀌었다. 퀵후크는 너무 잦았다. 자연스레 불펜에 부하가 따른다. 피로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화 계투진에게 연투는 예삿일이었다. 게다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투수들의 보직이 휙휙 바뀌기도 했다.
해가 바뀌어도 달라진 건 없다. 반복이다. 그게 현재 한화의 시스템이다. 체계적인 관리란 게 있을까.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김 감독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방어적인 태도였다. 최근에는 “팀이 필요로 할 때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에 찬 발언을 잔뜩 쏟아내기도 했다.
김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투수가 없다”다. 쓸 만한 투수가 없어 쓸 수 있는 투수만 쓸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김 감독의 비정상적인 투수 기용을 합리화하는 최고의 말이다. 이 마법 같은 한마디로 책임을 회피한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마저도 설명서대로 사용해야 오래 쓸 수 있다. 김 감독은 부정하지만, 이상 징후는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원인 없는 문제는 없다. 변치 않는 사실 하나. 한화 투수들은 무리를 해왔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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