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 이적 후 무려 3주하고 이틀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마운드에 오른 리치 힐(36)은 어떤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을까.
힐은 2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5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전 소속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절인 지난 7월 18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 도중 왼손 중지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된 그는 부상자 명단에 오른 가운데 팀을 옮겼고, 다저스로 와서도 줄곧 재활에 매달렸다.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던지는데 필요한 세 번째 손가락이 낫지를 않으면서 계속해서 일정이 밀렸다.
↑ 다저스 선발 힐은 25일(한국시간) 이적 후 첫 등판을 가졌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AFPBBNews = News1 |
이날 힐이 던지는 모습을 처음으로 직접 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장의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어줬다. 6주간 공을 잡지 않아서 그런지 커맨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6이닝을 잘 막았다"며 최근 선발진 연쇄 부상으로 지쳐 있던 팀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힐은 "시즌 내내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 말했다. "투구 하나하나를 계획대로 던지는데 집중했고, 그대로 할 수 있었다.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서 순간에 집중했다. 꾸준히 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을 이었다.
계속해서 등판이 연기된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확신과 열정, 그리고 강렬함 이 세 가지를 갖고 매 순간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이날 그는 6회까지 81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갔다. 그를 조기에 내린 로버츠 감독은 "브레이킹볼이 아주 좋았고 투구에 대한 느낌도 좋았지만 기대했던만큼 정확한 지점에 던지지는 않았다"며 7회에도 올리는 것을 생각했지만, 6이닝 이상 끌고 갈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불펜진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 불펜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강판하는 것이) 리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힐은 "이 수준에 있는 누구나 경쟁심을 갖고 있기에 계속 던지기를 원한다"며 더 던지는 것을 원했다고 말하면서도 "큰 그림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며 감독의 결정에 따랐다고 말했다.
↑ 터너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AFPBBNews = News1 |
결승 홈런을 때린 저스틴 터너는 "힐과 불펜 투수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며 이날 승리는 힐을 비롯한 투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대단했다. 나가서 경쟁했다. 템포도 좋았고, 스트라이크존 공략도 좋았다. 그는 제구가 좋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나는 그에게 '지금 엄청 잘하고 있다'고 말해줬다"며 새로운 선발의 호투를 반겼다.
이날 힐이 유일하게 아쉬움을 남긴 것은 타격이었다. 그는 5회 앞선 타자 하위 켄드릭이 2루타를 때린 뒤 삼진으로 물러난 상황을 언급하며 "타격은 더 연습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로버츠는 이날 8회초 2사 1, 3루에서 조 블랜튼을 교체할 것처럼 마운드로 나갔지만, 얘기를 나눈 뒤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블랜튼은 좌타자 브랜든 크로포드를 상대로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담장 앞에서 우익수 레딕에게 잡혔다. 이날 경기의 중요한 승부처였다.
로버츠는 "블랜튼이 잘 던지고 있었기에 그를 믿었다. 오늘 구위가 좋았기에 누구든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마운드로 나간 이유에 대해서는 "단순히 나가고 싶었다. 그의 눈을 보며 느낌이 어떤지를 체크했다. 에너지가 넘쳤다. 어떤 결과가 나왔든 나는 그 매치업을 좋아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로 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와의 격차를 3경기 차로 벌렸지만, 아직 양 팀 사이에는 26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비롯해 7차례 승부가 더 남아
로버츠는 "상대는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새로운 마음으로 승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터너도 "오늘 승리로 여유가 생겼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계속해서 나아가며 더 좋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