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믿을 수 없는 장면, 믿기지 않는 해명이다.
27일 광주경기, 3-5로 뒤진 두산의 9회초 2사후 볼넷으로 출루했던 1루주자 오재원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후 두산 9번 김재호와 볼카운트 1-1까지 승부했던 KIA 임창용이 3구째를 던지기 전 발을 풀고 2루를 향했다. 견제구? 그러나 KIA 유격수 최병연은 움직임이 없었고 임창용은 주자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졌다. 모두가 깜짝 놀랐던 엽기장면. 강한 송구가 주자를 향해 정조준이 됐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 KIA 임창용이 27일 광주 두산전에서 주자를 향해 강한 견제구를 던져 논란을 부르고 있다. KIA는 야수진의 ‘사인미스’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두산 김태형감독은 크게 흥분해서 거칠게 항의를 하러 나갔다. 주자를 향해 날아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송구였기 때문에 두산 벤치의 즉각적인 울화는 당연해보였다.
당시 두산은 임창용의 ‘표적’ 견제구를 고의적이었다고 봤다. 앞선 도루 상황에 감정적인 보복을 했다고 의심했다. 9회 2점차였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오재원의 2루 도루는 전혀 문제될 만 하지 않다. KIA가 1루수를 뒤로 뺀 상태에서 무관심 도루와 흡사한 그림이 됐지만, 오재원 출루 이후 김재호-박건우로 이어지는 두산 타선으로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김태형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항의하던 도중 이어 나왔던 김기태감독(KIA)이 오재원의 ‘도루’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시하면서 더욱 화가 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 KIA의 입
임창용의 견제 장면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몸을 돌린 후 한 템포 쉬었음에도 주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그를 향해 던진 것으로 보였고, 야수와 주자의 거리가 상당했는데도 송구의 강도가 셌다.
KIA의 해명은 ‘사인미스’다. “정말 창피하게 우리의 손발이 안 맞았다”고 해명했다. 오재원의 도루 혹은 앞선 타석, 베이스 위에서의 동작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손사래다. 조계현 KIA 수석코치는 “오재원에게 아무 감정을 품을 그림이 없었다. 우리 더그아웃에서도 전혀 반감이 없었다. 우리 수비진의 문제일 뿐이고 결과적으로 위협을 느꼈을 주자에게 임창용이 오늘(28일) 경기 전 오해를 풀어줄 장면이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현직 야구인들은 임창용의 견제구 장면을 대부분 ‘고의’로 보고 있다. 투수가 몸을 돌렸을 때 야수가 들어오는 움직임도 거의 없었고, 야수가 들어오지 않는 방향으로 그렇게 세게 공을 던지기 힘들다는 게 문제의 장면을 본 야구인들 다수의 판독이다. “지금 한국야구가, 게다가 올해 ‘속죄투’ 중인 임창용이 보여줄 장면이 아니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 심판의 변
그런데 논란의 견제구 장면을 정리하면서 이민호 주심은 임창용과 오재원, 두 선수 모두에게 경고를 줬다. 위협 견제구를 던진 임창용은 물론, 피해자였던 오재원까지 경고를 준 이유가 어리둥절했다. 이민호 주심은 “오재원이 베이스 위에서 어깨를 움직이는 등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KIA가 사인훔치기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고, (현재 KIA는 그런 의심을 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어깨 움직임 등 경고를 받아야 하는 주자의 불필요한 행동 범위에 대한 규칙이 있는지조차 애매하다. 당시 김태형감독은 임창용과 더불어 오재원까지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더그아웃에 돌아오고 난 뒤에야 이를 파악했고, 무슨 규칙이 적용된 건지 이해하진 못했다.
▶ 이대로 덮어라?
도루도 문제가 아니고, 주자의 동작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KIA는 수비진의 실수에 의한 ‘NG 장면’으로 총력수습에 나서고 있다. 듣는 대로 믿는다면 해프닝이다.
그러나 주자를 향해 강한 송구가 날았던 폭력적인 장면을 의혹 가득한 정황 속에서 끄덕끄덕 넘겨도 될까. 심판의 쌍방경고와 수습도 시원하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는 대로 판단하자면, 임창용의
분명한 건 그런 야구는 팬들 앞에 보여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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