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4일 잠실 삼성-두산전이 끝난 뒤 승리투수 유희관(두산)은 귀한 몸이 됐다. “구단의 역사를 바꿨다”라는 두산 프런트의 이야기. 그는 칭송받는 자였다.
유희관은 두산 투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6연승을 달리면서 15승을 달성했다. 다승 부문 2위. 그리고 지난해 18승에 이어 2년 연속 15승을 기록했다. 두산 투수 최초다. 게다가 통산 55승이다. 두산 좌투수 최다 승의 이혜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승만 추가하면 ‘원톱’이 된다.
특히, 두산 좌투수 관련 기록 제조기다. 2013년부터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4년 연속이다. 꾸준했다. 그리고 두산 좌투수로 처음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유리천장조차 유희관이 깼다.
↑ 유희관은 두산 투수 및 좌투수 관련 각종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그 기록은 ‘더 잘 하고 싶은’ 유희관의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유희관은 “2가지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팀 좌투수 기록을 계속 써가는 게 뿌듯하고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30세다. 공을 던질 날은 여전히 많다. 유희관은 다양하고 좋은 기록을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오른 마운드였다. 유희관은 경기 전 KBO리그 8월 MVP를 수상했다. 좋은 출발에도 4회 집중타를 맞고 4실점을 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6회에도 조동찬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5실점. 지난 7월 27일 고척 넥센전(3이닝 7실점) 이후 최다 실점이다. 그리고 올해 5실점 이상 하고도 승리투수가 된 건 처음이다.
유희관은 자신 때문에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고 자책하면서 야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두산 타선은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7안타 중 홈런 4개)을 치면서 7득점을 했다.
하지만 유희관도 제 몫을 다했다. 그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유희관은 “8회 등판을 희망했다. 선두타자(구자욱)의 안타로 교체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승엽이형에게 큰 타구(4회 2루타)를 맞았던 터라 (최)형우형까지만 막겠다고 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31번째 타자였던 최형우를 범타로 처리하며 홍상삼에게 공을 건넸다.
103구 7⅓이닝. 삼성 선발투수 최충연이 1이닝 만에 강판했던 걸 고려하면,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의 본연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4년 연속 10승에 이어 2년 연속 15승을 기록, 유희관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KBO리그 내 구속이 가장 낮은 투수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기록이 모든 걸 증명한다.
단순히 승수만 아니다. 이닝 이터다. 그는 지난해 6번째로 많은 이닝(189⅔)을 소화한 투수다. 올해는 4위(166⅓이닝)다. 2년 연속 180이닝 돌파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유희관은 “편견이 곧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프로 데뷔(2009년) 시절보다 많이 사라졌다. 내가 그라운드에서 뭔가 보여줄 때마다 더 줄어들 것이다”라며 “항상 컨디션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지 않다면 다른 걸 보여줘 잘 던지려고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유희관은 8월 이후 승리의 아이콘이다. 8월 MVP 수상의 주요 배경이다. 9월의 첫 경기도 승리투수. 9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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