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메이저리그에는 과거 어느 시즌보다 많은 한국선수들이 진출해있다. 그러나 불운의 부상과 페이스 기복 등을 겪으면서 꾸준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은 많지 않아 안타깝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느라 커지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감이 빠르게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어려운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도 메이저리그 첫 해 꾸준하고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역시 자기 관리가 몹시 철저한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후 일본을 거쳐 올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자리 잡기까지 큰 부상 이탈 없이 마운드를 지켜왔다. 영리한 자기분석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된 결과다. 사진=MK스포츠 DB |
2005년 삼성에 입단해 2014시즌부터 일본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에서 두 시즌,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활약하기 까지 12시즌을 큰 공백 없이 뛰고 있는 오승환은 성적은 두 번째로 평가하더라도 대단한 투수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 한국에서도 12시즌을 큰 부상 이탈 없이 마운드를 지킨 투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오승환은 투수로서 키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과 달리 근육량이 매우 좋은 선수다. 파워가 좋은 야수들보다도 근육이 많은 것이 오승환의 신체적 특징이다. 삼성에서 뛰던 시절 오승환은 당시의 일본인 트레이너(트레이닝 코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조금 줄이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대학시절부터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 오승환이 평균적인 투수들보다 근육이 많은 몸을 가지고 있어 걱정들을 했던 모양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보다 유연성 회복을 중심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다. 힘이 센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 유연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본인 트레이너들의 눈에는 오승환의 많은 근육이 더욱 위험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오승환은 스스로의 체력적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본인의 체력에 맞는 운동과 컨디션 조절을 통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을 만들어나갔던 선수다. 그렇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은 결과, 지금의 몸을 만들었고 그 신체적 특징이 오히려 지금의 꾸준한 활약을 만든 토대가 되어주었다는 생각이다.
투수들에게 시즌이 끝나고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선수들이 한 시즌을 1군에서 버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대답한다.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낸다는 것은 성적, 부상, 컨디션 조절 등 여러 가지 요건을 전부 충족해야 가능한 일이라 그런 것 같다.
선수처럼 격한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 사무직 직장인들도 10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지지 않거나, 아프지 않고 회사를 규칙적으로 출근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12시즌 동안 변함없는 존재감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오승환. 그가 해내고 있는 자기 관리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 감탄스럽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