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은 ‘어게인 2011’을 강조했다. 준우승 그 이듬해 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을 상기한 것.
묘한 법칙이었다. 1번만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올해 준우승→내년 우승’의 공식이 3번(2002년·2005년·2011년)이나 성립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 후 삼성 선수들은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챔피언’ 두산을 축하해줬다. 그러면서 2016년을 기약했다. 예전 같이 우승의 한을 1년 뒤 풀겠다고.
그 기분 좋은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 경험은 곧 자신감이다. 우린 또 할 수 있다고.
↑ 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왕조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9월 들어 3연승 이상을 3번 했다. 정말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삼성은 움켜잡지 못했다. 9월 29일 NC와 더블헤더 싹쓸이 패배는 타격이 컸다. 승수(12)나 패수(11)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이 더 크다.
삼성이 그토록 갈망했던 ‘긴’ 연승 바람은 불지 않았다. 해보고 싶던 9연승은 남들만 잘 해낼 뿐이다. 삼성은 3연승의 덫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곧 4연승에서 막혔다.
삼성은 챔피언이 아니다. 도전자였다. 그리고 독하게 마음을 품으면서 “두고 보자”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비참했던 지난해의 아픔을 풀고자 했지만, 올해 그들은 더욱 침통하다.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지만, 간판선수 이승엽의 발언처럼 냉정한 프로의 세계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2등은커녕 우등반에서 열등반으로 간 삼성이다. 우승 법칙은 깨졌고, 삼성 왕조의 재
삼성의 올해 슬로건은 ‘예스 비긴 어게인’이다. 팬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는 구단이 되겠다고 약속한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새 구장으로 터를 옮겨 새 시대를 연 삼성이지만, 재도약 첫 해는 초라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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