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정규시즌 4위 LG와 5위 KIA의 WC 결정전 1차전. 양팀 합쳐 7명(KIA 4명, LG 3명)의 투수가 모두 243개의 공을 던졌지만, 승부를 가른 공 하나를 고른다면 1회말 2사 1,3루에서 LG 5번 채은성이 흘려보낸 3구째를 꼽겠다.
볼카운트 2볼의 스트라이크 타이밍에서 채은성은 애매한 번트 동작 끝에 웨이팅을 택했고 그 공은 복판으로 들어왔다. 다시 그런 공은 들어오지 않았고 타자는 결국 삼진을 당했다.
↑ WC 결정전 1차전. LG는 1회말 2사1,3루에서 5번 채은성이 삼진을 당하면서 선취점 찬스를 놓쳤다. 2볼에서 3구째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놓친 것이 안타까웠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그 중요했던 선취점을 KIA는 4회 LG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으로 뽑았다. 공식처럼 승기가 KIA로 넘어갔던 장면이다. 큰 경기일수록 타이트한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비의 중심 선수들은 자주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KIA 유격수 김선빈이 여러 차례 활기찬 수비로 활력을 이끈 반면, 다소 긴장한 기색이었던 오지환이 통한의 실수를 범한 것은 LG에게 뼈아픈 결과가 됐다.
빡빡했던 투수전에서 고비고비 물꼬를 텄던 KIA 필의 활약은 특히 알찼다. 김기태감독의 배치가 들어맞았고, 필은 그를 오래 응원해줬던 KIA 팬들 앞에 큰 경기에서 ‘효자용병’의 이름값을 해냈다.
양팀 선발 헥터와 허프(LG)는 최선의 몫을 다했다. 헥터는 노련하고 안정적인 그다운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7이닝동안 4피안타를 허용한 허프에게 더 바랐다면 욕심이겠지만, 결정적인 몇 차례 진루타가 아쉬웠던 이유는 워낙 공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헥터보다 컨디션이 나아보여서 더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째를 잡고 또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다가 정타를 맞는 장면들은 뒷맛이 남았다. 속구의 구위가 무척 강력해보였는데 유인구보다는 좀 더 강하게 승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한판을 내주고 LG는 이제 ‘50-50’의 공평한 전장으로 KIA를 끌어들였다. KIA 마운드에는 페넌트레이스 LG전 2승의 더 강력한 에이스 양현종이 오른다. 압박감이 당황스럽겠지만, 바로 그 절박한 상황에서 KIA는 ‘내일’을 만들어냈음을 기억해야 한다. 1차전에서 LG 타자들은 전체적으로 시원한 스윙조차 몇 차례 보이지 못했는데 2차전에서는 후회가 남지 않을 호쾌한 경
저력을 확인했고 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축적한 KIA는 1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종전에서 이제는 오히려 심리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들이 또 한 번 넥센에 도전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낼지 흥미진진한 ‘끝장승부’다.(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