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종전)
LG가 1차전을 내주던 결정적인 순간, 화면의 한복판에 있었던 선수는 오지환이다. 그리고 하루 뒤인 11일 잠실구장서 이어진 와일드카드결정전 최종전, LG를 승리로 이끈 중심에도 역시 오지환이 있었다.
승전과 패전을 가리지 않는 ‘지배력’으로 표현되는 그의 존재감은 LG에서 유격수 오지환이 ‘대체불가 선수’이기 때문에 나온다. 전날의 대실수는 사실 엄청난 크기였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LG의 한판을 내준 결과를 낳았다. 그런 재난 하루 뒤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뜬하게 페이스를 회복해 제 기량을 펼치기란 (특히 처리해야할 타구의 빈도가 높은 내야수에게) 무척 어렵다. 그러나 오지환은 우뚝하게 일어섰고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전날보다 반발짝 앞에서 수비위치를 잡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 LG 오지환이 1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종전 6회 1사2루에서 KIA 나지완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실점위기를 막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KIA의 2루주자 김주찬이 결승득점을 꿈꾸며 홈플레이트까지 내달렸던 8회초 2사2루, 나지완의 깊숙한 3-유간 타구를 잡아 강하게 송구한 장면에서도 오지환의 수훈은 결정적이었다. 0-0의 균형을 깰 수 있던 막판의 승부처였지만,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로 실점을 막았다.
오지환이 이 경기에 임했던 자세는 8회말 1사3루에서 볼카운트 3볼의 4구째에 망설임 없는 스윙으로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던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팬들은 쉽게 ‘강심장’ ‘새가슴’ 등의 표현으로 선수들을 그룹 짓지만, 큰 경기와 승부처에서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선수들은 없다. 그 어떤 선수도 ‘강심장’을 타고나진 않는다. ‘강심장’은 훈련하는 것이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준비돼있느냐가 선수의 ‘강한 멘탈’을 지탱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극복은 아무나 해낼 수 없다. 하룻밤 새 쏟아졌던 눈총과 천금의 압박감 속에서 오지환이 뚝심 있게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만큼 준비돼있던, 자기확신에 찬 선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종 스코어는 1-0이었지만, 쏠쏠하게 주자들이 나갔고 수차례 역동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명품 투수전이었던 동시에 그 이상의 명품 수비전이어서 흥미진진했던 경기다. 1안타를 친 KIA가 8안타 LG와 끝까지 한 점 승부를 겨룰 수 있었던 데는 이범호 한승택 노수광 등 내외야진의 불꽃 튀는 호수비 릴레이가 있었다.
특히 8회말 2사2,3루에서 LG 양석환의 득점타성 타구를 건진 우익수 노수광의 ‘슈퍼캐치’ 장면에선 2사후에도 외야수들을 타이트하게 당겨놓았던 KIA의 공격적인 수비 진형이 인상적이었다. KIA는 9회말 마지막 순간까지 위협적인 수비시프트로 멋진 야구를 했다. LG 서상우의 안타 때 득점권의 발빠른 주자 황목치승이 홈인하지 못한 것도 KIA의 압박 수비 덕분이었다. LG ‘최후의 타자’ 김용의의 끝내기 안타성 타구를 기어이 잡아내 홈송구를 시도했던 중견수 김호령의 마지막 파이팅까지 KIA
KIA가 이틀 동안 보여준 수비력은 이 팀의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탄탄한 수비력이 있다면 성장과 성공의 기본을 갖춘 팀이다. KIA는 이제 그만큼의 깊이를 가졌음을 이 가을의 명승부에서 스스로 증명해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