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는 법. 그러나 연인사이의 헤어짐에도 예의란 게 있다. 이상한 결별이었다. 돌아보면 그동안 쭉 그래왔던 ‘그들만의 방식’대로다. 명색이 프로스포츠를 운영하는 구단인데, 전혀 프로답지 않다. ‘존중’이라는 가치는 끝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kt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조범현 감독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3개월 전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휙 바꿨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kt는 지난 7월 조 감독과의 재계약을 내부적으로 확정지었다. 그룹의 승인도 받았다. 외부 발표만을 남겨뒀다. 시기도 정해졌다. ‘조 감독 재계약’이라는 보도자료 배포는 시간 문제였다. 그런데 불과 며칠 앞두고 선수단 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서 발표 시기가 ‘일단’ 연기됐다. 하지만 그 보도자료는 ‘끝내’ 발송되지 않았다. 그리고 삭제됐다.
↑ 조범현 감독과 단장을 교체하면서 kt는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관리자들의 현장 존중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9일 마산에서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던 날까지 구단은 어떠한 언질도 해주지 않았다. 현장에서조차 kt 감독 관련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극히 드물었던 이유였다.
조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였다. kt가 더 이상 조 감독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재계약 포기는 당연했다.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민 건 kt였다. 구단 측이 먼저 재계약 의사를 피력하더니 일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리고 묵묵부답. 상식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구단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암시를 한다.
구단의 대처는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감독 재계약 여부에 따라 본인 거취가 달라질 수 있는 일부 코치들은 마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선수단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 소문을 접한 선수들마저 불안해했다.
kt의 이해 못할 일처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중대한 일마다 현장이 배제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7월 음란 행위로 임의탈퇴 처리된 김상현 사건 때 대외적으로 망신을 샀던 것도 궤를 같이한다. 프런트에게 관련 사실을 전달받은 게 없었던 코칭스태프는 경기 도중 알고서야 선수를 부랴부랴 제외하는 촌극을 벌였다.
프런트와 현장의 엇박자는 끊이지 않았다. 전력 보강에 있어서도 독단적인 행동을 취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척 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kt는 올 시즌이 보상선수 없이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현장과 프런트는 외부 FA 3명을 영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유한준 1명만을 영입하고 시장에서 일찍 철수했다. 시장에 선수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유한준 외 다른 2명의 영입을 기다리던 조 감독은 단장의 단독 판단으로 영입 시도 자체를 안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kt는 ‘외인 잔혹사’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가 붙어있다. 그만큼 외국인선수의 부진으로 웨이버 공시, 대체 선수 영입 건이 해마다 반복됐다. 이 외에도 굵직한 건이 있었다. 대개 구단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이전이나 직후 이러한 사실을 공유한다. 그러나 kt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 감독은 관련 설명을 요청하는 취재진에게 “언제 그런 이야기가 나갔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마추어도 안 할 몰상식한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 전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이 허다하게 포착됐다. 현장 최고 책임자인 감독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참으로 이상한 그림이었다. 프런트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진훈 전 단장이 코칭스태프의 방식을 무시하고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들이밀고 자신의 방식을 따르도록 한 이야기는 잘 알려진 대로다.
kt는 KBO리그의 막내 구단이다. 창단 후 회원사로써 퓨처스리그를 포함해 3시즌을 치렀다. 더 이상 운영 경험 부족이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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