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시카고) 김재호 특파원] 2016년 월드시리즈는 한맺힌 두 팀이 붙는다. 1948년 월드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인 시카고 컵스의 대결이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다려 온 시간을 합하면 무려 174년이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다음 설명을 참고하라. 클리블랜드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 한반도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컵스가 우승했던 해에는 대한제국이 있었다. 월드시리즈는 클리블랜드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 1년 앞선 1947년부터 TV 중계되기 시작했으며, 1908년에는 라디오조차 없었다.
↑ 가장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두 팀의 대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마지막 아웃 3개를 잡지 못해 연장을 허용한 이들은 11회말 1사 1루에서 카운셀의 땅볼 때 2루수 토니 페르난데스가 실책을 범하며 1사 1, 3루에 몰렸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데본 화이트의 땅볼 때 홈을 아웃시키며 2아웃을 만들었지만,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클리블랜드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이후에도 2001, 2007년 포스트시즌에 갔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4년 연속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후 컵스는 7차전까지 지면서 플로리다에에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내줬다. 이후 컵스는 더 이상 월드시리즈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2007, 2008년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4할대 승률을 맴도는 암흑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영원한 어둠은 없는 법. 두 팀은 결국 지금의 위치로 돌아왔다. 이들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운이 아닌 노력의 결실이다.
클리블랜드는 2013년 테리 프랑코나 감독 부임 이후 4년 연속 5할 승률을 넘기며 끈끈한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형 FA 영입은 없었지만,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며 스몰 마켓의 한계를 극복했다. 코디 알렌, 프란시스코 린도어, 코디 앤더슨, 라이언 메릿 등을 뽑은 2011년 드래프트는 최고 성공작으로 꼽힌다. 여기에 코리 클루버, 트레버 바우어를 트레이드로 영입,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으로 키웠다. 이번 시즌에는 앤드류 밀러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가을에 그 결실을 맺었다.
↑ 컵스는 2011년 테오 엡스타인 사장 영입 이후 차근차근 지금의 팀을 만들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여기에 플러스로 컵스는 F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2014년 겨울 존 레스터와 6년 1억 55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제이슨 헤이워드(8년 1억 8400만 달러), 벤 조브리스트(4년 5600만 달러), 존 래키(2년 3200만 달러)를
둘 중 한 팀은,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다. 마지막에 웃게 되는 팀은 어딜까. 2016년 월드시리즈는 누가 우승하더라도 대단한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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