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장원준 역시 또 한 명의 낯선 투수가 돼있었다. 지난 가을, 그리고 정규시즌 때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투구를 들고 나왔다. 1회는 시원시원한 속구 승부로 어깨를 예열했지만, 2회에는 변화구 비율을 확 높였다. 장원준은 원래 속구-변화구 비율이 반반 정도인 투수다. 이날은 변화구 비율이 70%에 가까울 만큼 치솟았다. 그만큼 예상 못한 타이밍을 찌르는 체인지업, 슬라이더가 타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 3안타 2타점을 휘두르면서 두산 양의지는 30일 한국시리즈 2차전의 MVP가 됐다. 타석에서의 활약 이상으로 이틀동안 감각적인 투수 리드로 NC 중심타선을 이겼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연일 이런 승부를 이끈 포수 양의지의 감각적인 볼 배합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둥글둥글한 훈남으로 꼭 ‘테디베어’를 닮은 선수지만, 양의지는 볼수록 여우같다. 한순간도 쉬지 않는 영리한 승부수가 타자들의 허를 찌른다. 속구를 기다릴 땐 변화구, 변화구를 예상할 땐 속구를 주다가 ‘역’을 경계할 땐 ‘정’을 던진다.
마스크를 쓴 양의지의 볼 배합을 지켜보면 기가 막힌 투수리드의 ‘두뇌형 포수’였던 박경완 코치(SK)가 떠오른다. 박 코치는 현역 포수 시절 투수의 공을 몇 번만 받아보면 “아 오늘은 뭐가 좋고 뭐가 듣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고 했다. 마치 재료를 받아보고 레시피를 떠올리는 요리사처럼 그날 그날 투수의 컨디션, 구위를 관찰하고 전략적인 승부수를 짰다.
차곡차곡 쌓이는 경기경험과 착실한 연구가 기초체력을 만들겠지만, 이런 포수들은 그보다 더 많이 센스를 타고난 느낌이다. 투수, 타자, 그리고 경기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이를 이용하는 영리한 승부수는 부러울 만큼 그들 고유의 경쟁력이 된다.
‘판타스틱4’와 ‘나테이박’의 대결로 기대를 모은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발 마운드가 절대 우위인 두산에 맞서 NC가 최대한 버텨내며 불펜을 가동하고 강력한 중심타선으로 한방을 칠 수 있느냐가 포인트였다. 잠실 1,2차전에서 두산의 원투펀치는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강력했다. 그러나 NC 역시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두 경기 연속 후반의 한 점 싸움 전개를 만들어냈으니 어떤 의미에서 ‘흐름’은 번번이 그들의 편이었던 경
철저하게 집중적으로 마킹되는 NC 중심타자들의 침묵은 이틀 연속 그들이 양의지를 당해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창원에서는 좀 다른 승부를 볼 수 있을까. 그들의 ‘안방’에서 만큼은 NC 타선의 반격이 꼭 필요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