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여론은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초반 4경기에서 보인 안일한 경기력, 2승 1무 1패(승점 7)로 조 3위에 그친 성적, 거기에 선수 탓 환경 탓만 하는 감독의 이기심까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원하는 목소리가 10월 카타르~이란전 이후 부쩍 커졌다.
내달 15일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동반 사퇴할 거란 말도 나온다. ‘이러다 월드컵에 못 나가는 거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
하지만 ‘슈틸리케호’의 키를 쥔 선장은 정작 이러한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14일 이란전 귀국 현장에서 “나가라면 나가겠다”고 배짱을 부리더니 31일에는 “우즈베키스탄전이 아주 결정적인 경기가 될 것 같지 않다”고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도 했다.
정말 그럴까. 앞서 설명한 대로 한국(승점 7)은 이란(승점 10), 우즈베키스탄(승점 9)에 밀린 조 3위다. 5차전에서 패하고 이란, 우즈베키스탄이 승리하면 두 팀과의 승점차가 6점과 5점으로 벌어진다. 그가 밝힌 대로 “선수들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아시아에선 조 상위 2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여길 통과해도 북중미 플레이오프 승자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최소 2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단 얘기다.
과거 월드컵 예선을 살펴보면 적어도 경기당 승점 2점은 확보해야 자동 출전권을 얻는다. 5팀이 10경기씩 치르는 이번 예선에선 20점이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표팀은 4경기에서 7점을 땄다. 5경기 10점(승리시)과 5경기 7점(패배시)는 천지 차다. 경기를 그르칠 경우 남은 5경기에서 최소 13점을 따내야 한다.
앞으로 이란과 홈경기,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원정 등 까다로운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대표팀이 13점을 손쉽게 따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당연히 우즈베키스탄전은 ‘운명적’이고 ‘결정적’인 경기라고 인식해야 한다. 20명 엔트리 논란, 소리아 발언, 이란전 패배 등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뒤부터 실언을 반복하는 그가 이번에도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꺼낸 거라면 이해하지만, 그 생각이
“경기들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로도)앞으로 많이 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정규리그 33경기를 치르는 K리그 지도자가 시즌 초에나 할 법한 얘기도 했다. 경질 위기에 내몰린 대표팀 수장이 여유로워 보이는 건 필자만의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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