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최근 변화의 물결이 쳤다. 홈구장, 감독, 주장이 바뀌었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또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꼭 긍정의 뉴스만 가득했던 건 아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시선과 전망도 따랐다.
하지만 요동치는 물결 아래 영웅들은 꿋꿋했다. 그리고 반전을 이뤘다. 호평 받던 팀들이 추락한 가운데 꼴찌 후보의 반등, 2016년 프로야구의 가장 기막힌 반전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이룬 가운데 ‘젊은’ 주장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서건창에게도 의미 있던 한 시즌이다. 더 젊어진 팀의 중심을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부상 후유증을 지우고 다시 한 단계 도약했다.
↑ 2016년은 서건창에게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주장으로 맞이한 1번째 시즌이엇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지난해 말 주장을 교체했다. 4년간 주장을 역임했던 이택근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지만, 중견 선수들의 이탈로 팀은 세대교체가 더 빨라졌다. 좀 더 젊은 선수가 가교 역할을 해야 했고, 서건창이 낙점됐다.
스프링캠프부터 특별한 모자(캡틴 NO.14 서건창)를 썼던 서건창은 유니폼에 ‘C마크’를 달았다. 넥센 소속으로 맞이한 5번째 시즌은 남달랐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잘해야 했고 보듬어야 했다. 더 큰 책임감이 서건창에게 주어졌다.
서건창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내가 (주장으로)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고민도 많았다”라고 했다.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게다가 시즌 도중 대표이사의 법적 공방, 감독의 이적설 등 대형사건도 있었다.
서건창은 흔들릴 수 있는 팀을 바로잡았다. 그는 “주변에 좋은 선배들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려웠던 부분도 잘 이겨낼 수 있었다”라며 “최종 결과가 있기 전까지 외부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귀를 막았다. 시즌이 한창이었다. 휘둘리거나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하던 대로 하자고 했고, 그렇게 해나갔다”라고 말했다.
↑ 넥센은 2016년 1월 미국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했다. 주장 서건창의 모자는 동료들과 달리 특별한 문구가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서건창은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주장 1년차라 아직은 부족한 점이기도 했다. 그는 “좀 더 후배들에게 눈길을 돌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도 프로 초년생일 때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많이 배웠다. 지도자가 가르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그런 걸 내가 잘 못 챙긴 것 같다”라고 했다.
전반적으로 주장 서건창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내년에도 서건창은 영웅군단의 주장이다. 서건창은 “함께 고생하고 땀 흘렸던 동료들에게 고맙다”라며 “어느 자리에서든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있다. 만약 주장을 연임한다면, 지난해 부족한 점을 알았으니 좀 더 잘 이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 서건창은 더 이상 무릎이 아프지 않다. 다시 뛰기 시작했으며 2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2016년은 서건창에게 의미 있는 한 해다. 서건창은 시범경기(15), 정규시즌(140), 포스트시즌(4) 등 총 159경기를 뛰었다. 가벼운 통증 및 체력 안배 등으로 5경기(시범경기 1경기+정규시즌 4경기)만 빠졌다.
서건창은 2015년 경기 도중 무릎을 크게 다쳤다. 65일 후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건강을 되찾았으나 후유증이 있었다. 베이스러닝도 전력을 다하기 어려웠다. 2014년 KBO리그 첫 200안타의 흐름도 끊겨 타율 0.298에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서건창은 올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5 182안타 63타점 111득점을 기록했다. 도루 26개를 성공했고, 출루율도 4할대(0.406)였다. “예전의 서건창으로 돌아왔다”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서건창도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한 자신이 뿌듯했다. 그는 “나보다 주변에서 더 내 무릎에 관심을 갖는다. 감사하다. 이제는 통증이 없다”라며 “다시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엿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겨울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 겨울에는 더욱 희망을 품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주장 서건창’과 ‘선수 서건창’의 활약 아래 넥센은 꼴찌 후보라는 평가한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5승 1무 10패로 시범경기 9위에 그쳤던 넥센은 77승 1무 66패로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순위는 1계단이 올랐다.
↑ 넥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KBO리그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탈락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서건창은 2016년을 ‘즐거웠던 시즌’이라고 자평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고대했던 4번째 포스트시즌은 너무 일찍 종료됐다. 이번만큼은 보너스가 아니라며 더 다부진 각오였지만,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
서건창은 “변명하고 싶지 않다.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우리 힘이 부족했다. 특히 리드오프로서 내가 많이 출루하지 못하면서 연결고리가 안 됐다”라고 자책한 뒤 “시즌을 마치면 뭔가 마음이 후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마치고 잠실구장을 떠나면서)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라고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은 더 강해지려는 동기부여가 된다. 서건창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내년을 준비하는데 또 하나의 배움이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가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서건창은 장정석 신임 감독(왼쪽)과 맞이할 첫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진=MK스포츠 DB |
서건창과 넥센은 2017년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파도는 잔잔하지 않았다. 더 험난할지 모른다. 다른 9개 팀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 가운데 넥센은 선장을 바꿨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운영팀장이 감독이 됐다. ‘과한’ 신선함이다.
넥센의 내부 보안이 철저한가 보다. 선수들 중 누구도 새 감독을 맞추지 못했다. 서건창도 놀라긴 매한가지. 그는 “나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았다. 놀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오히려 기대가 더 크다. 서건창은 “놀람은 잠시였다. 새 감독님은 누구보다 팀을 잘 아셨던 분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선수들과도 가까웠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신다더라. 기대가 된다.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라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정석 감독은 취임사에서 ‘진짜 소통’을 강조했다.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게 대하자고 했다. 가교가 돼야 할 서건창의 역할이 커졌다.
서건창은 “감독님과는 대화도 많이 했고 소통도 잘 됐다. 편안한 느낌이다”라며 “내가 창구가 잘 돼야 한다. 경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나 걱정은 없다. 소통이 긍정적으로 잘 이뤄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넥센의 기막힌 반전에 호되게 당했지만, 외부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넥센의 성적표에 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또 다시 뒤집어주겠다는 서건창의 당찬 각오다. 서건창은 “글쎄, 별로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우리에 대하 박한 평가는 해마다 그랬다. 이번에도 시즌 후 결과로 말하겠다”라고 말했다.
넥센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크지 않은 팀이다. 코칭스태프는 다수 잔류했다. 익숙한 시스템은 편안한 환경을 조성한다. 주요 선수의 이적도 없다. 오히려 부상자의 복귀로 더 강해질 여건이다.
서건창은 “‘올해 넥센은 어떤 팀이 될까’라는 건 매년 기대와 흥분을 주는 생각이다. 넥센은 자유분방함 속 ‘우리’라는 팀워크로 뭉쳐있다. 그 색깔을 잃지 않으면 재미있는 야구를 펼칠 것 같다”라며 “우린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해마다 누군가 등장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무섭게 성장한다. 늘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 넥센이다”라고 강조했다.
↑ 서건창은 2016년보다 2017년에 더 강해질 넥센과 함께 더 향상된 기량을 뽐내길 희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개인적으로도 더 발전해야 한다. 모두 2014년의 서건창을 바라지만, 그는 그 테두리에 갇히길 원치 않았다. 과거가 아닌 미래의 서건창을 보여주고 싶단다.
서건창은 “개인도 팀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