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춘천) 윤진만 기자] 16세에 독일 진출, 18세에 국가대표 및 분데스리가 데뷔, 22세에 UEFA챔피언스리그 득점, 23세에 이적료 408억원으로 토트넘 이적, 24세에 아시아 최초 EPL 이달의 선수….
손흥민(24·토트넘홋스퍼)이 걸어온 발자취다. 지난 6년, 손흥민은 유소년들의 성장 표본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단계를 밟았다. 어린 나이에 내부 경쟁에서 승리했고, 높은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 축구 에이스’는 그 결과물이다.
문득 다음이 궁금했다. 24세 손흥민은 6년 뒤,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또 축구 선수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 12일 춘천 한 카페에서 어렵게 만난 손흥민 부친 손웅정 손(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밑그림을 살짝 공개했다.
기대하시라. 이번 인터뷰에는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는 내용도 포함했다. 예컨대, 병역과 같은. 먼저 워밍업으로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분데스리가 이적설부터 꺼냈다.
↑ 손흥민은 2008년 유럽에 첫 발을 디뎌 9년째 머물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아스널 원정에서 드리블하는 모습. (영국 런던)=AFPBBNews=News1 |
MK스포츠(이하 M)|지난여름 선수 측에서 볼프스부르크 이적을 원했다고 들었다. 막판에 틀어진 이유는
손웅정(이하 손)|구단(토트넘)에서 안 보내주는데 어쩌겠나. 못 팔겠다고 해서 못 움직였다. (Q. 구단 수뇌부에서 언론 플레이도 한 걸로 알려졌는데) 다니엘…(*주: 레비 회장) 흥민이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M|원하는 이적이 성사하지 않았고, 앞서서는 리우올림픽에서 8강 탈락의 아픔까지 겪었다.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9월에 폭발적인 활약을 펼친 배경은
손|선수로서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운으로 돌리고 싶다. 릴렉스한 마음도 (좋게)작용한 것 같다. 나는 항상 흥민이한테 마음을 비우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한다. 하루의 행복을 그 경기와 바꾸지 말라고. 우리가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M|10월 A매치에 다녀와 골 침묵하는 건 포지션 문제로 보면 되나. 해리 케인 부재시 원톱으로 나섰다.
손|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다. ’적응’. 영국에 처음 가서 앞좌석 우측에 달린 핸들에 한동안 적응하지 못했다. 하물며 운전도 이렇게 적응이 필요하다. EPL은 정말 숨 돌릴 틈도 없다. 그런 리그에서 오른쪽, 중앙, 왼쪽을 20분마다 옮겨 다니면 한 자리에 적응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감독이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나. 팀이 살아야 하니까 그런 거겠지.
평소에 토끼와 거북이 예를 많이 든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던 건 갈 길만 갔기 때문이다. 변명하는 동안 반성은 없다. 합리화하고 싶지 않다. 그거보단 내면과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 MK스포츠는 지난 12일 춘천 한 카페에서 손웅정 손(SON)축구아카데미 감독과 단독 인터뷰했다. 사진(춘천)=김재현 기자 |
M|2년 전 한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큰 선수가 되려면 아직 2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두 단계를 모두 밟았다고 보면 되나.
손|흥민이가 열일곱, 열여덟 됐을 때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물넷, 스물다섯에 전성기가 오게끔 만든다고. 이제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배우면서 성장하겠지만, 신체적으로는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M|손흥민이 어느덧 이십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나
손|우린 계획 없다. 흥민이가 행복하게 선수 생활할 수 있는 곳이면 어느 리그든 간다. EPL이 아니면 어떤가. 돈도 문제 되지 않는다. 짐승은 먹이 욕심에 죽고, 사람은 돈 욕심에 죽는다고 하질 않나. 사람은 빚 없으면 산다. 원하고, 또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데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나.
흥민이에게 말한다. 앞으로 10년을 보자고.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도록 관리를 해보자고. (은퇴 후)맞이할 사회는 차갑다 못해 시리다고.
↑ 손흥민은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2016리우올림픽에서 8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
M|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병역이다. 계획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나
손|우린 군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아시안게임도 있고 올림픽도 있고, 많다. 안 되면
…②편에선 ‘손흥민의 아버지가 아닌 감독 손웅정의 꿈’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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