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2루수 정훈(29)은 기대이하의 활약을 보였다. 121경기 타율 0.262 2홈런 46타점 장타율 0.338 출루율 0.362. 시즌 개막 무렵 리드오프로 낙점을 받았지만, 타순은 점점 뒤로 밀렸다. 잔부상이 시즌 내내 정훈의 발목을 잡았다. 주전 2루수 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시즌에는 김동한, 신본기, 오승택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정훈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는 조장을 맡아, 국내에 남아 재활 중인 주장 강민호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정훈은 “한국에 있을 때 형들이 후보로 꼽아 선수단 투표를 진행해 뽑혔다. 어느덧 나이가 조장을 맡기에 적당한 정도가 된 것 같다”고 멋쩍게 말했다.
↑ 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정훈은 이번 캠프에서 후배들에게 의도적으로 칭찬을 한마디씩 해주고 있다. 그는 “캠프조장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평소에도 후배들을 보면 칭찬 한마디씩 해주곤 한다. 나도 옛날에 막내 생활을 해봤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선배님들이 해주는 한마디가 참 기분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올해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정훈은 “내가 가진 것들을 경기장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초반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아쉽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흔들림 없이 했어야 했다. 물론 매년 잘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제대로 준비를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 임하는 자세는 다시시작하기다. 정훈은 “이번 캠프에서는 특별히 어딘가에 중점을 두고 운동한다기보다 ‘제로’에서 시작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정훈에 대해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다. 여전히 간절하고 절실한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정훈은 “좋은 부분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냉정히 말해 프로에서는 아무 필요 없는 타이틀이다. 20대 초, 중반이면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무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도 간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이곳은 좋은 성적이 나면 간절함을 가진 선수, 그렇지 못하면 간절하지 못한 선수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게 현실이다.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게끔 최선을 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엇보다 캠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목표는 없다. 오로지 내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계획이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