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영종도) 윤진만 기자] “제 (마지막)퍼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긴장됐어요.”
한국인 선수로는 5번째로 ‘베어 트로피’를 수상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살 떨리는 그때 그 순간을 떠올렸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마지막 3개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시즌 평균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를 확정한 전인지는 22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한 귀국 인터뷰에서 입을 열었다.
수많은 인파의 환영과 함께 입국장에 들어선 전인지는 “어떻게 쳐야 하는지, 리디아 고와 몇 타 차이가 나는지 알고 경기에 임했다. 전반에는 그런 생각 때문인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후반에는 부담을 털어버리려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가 마지막 3홀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덤보 전인지. 사진(영종도)=김재현 기자 |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세계 1위 리디아 고(19)와 ‘베어 트로피’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전인지는 15번홀까지 1오버파를 기록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그러다 마지막 3개홀에서 기적과도 같은 버디를 잡아냈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리디아가 합계 1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지만, 시즌 평균타수에선 전인지가 0.013타로 근소하게 앞섰다. 전인지는 올해 18경기에서 294개의 버디를 잡아 69.583타를 기록할 때, 리디아 고는 69.596타(24경기 버디 382회)를 따돌렸다.
전인지는 “후반 들어가면서 둘 모두 경기가 생각보다 안 풀렸다. 그래서 리디아에게 파이팅하자는 의미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게 리디아가 10~12번홀에서 연속 버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축하를 해줬을 때, 나도 축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순간이 오자)경기를 재밌게 이끌어나갈 수 있겠구나, 보는 분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겠구나, 생각하며 제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리디아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받아서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며 웃었다.
↑ 전인지가 21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치고 왼손 검지로 베어 트로피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미국 플로리다)=AFPBBNews=News1 |
소렌스탐과 같은 전설들도 2관왕에 빛나는 전인지에게 축하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대해 “TV 속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플레이하는 것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포옹과 함께 축하를 받는 일은 제 인생에 있어서도 뜻깊은 일”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마지막 18번홀을 버디로 잡아 ‘베어 트로피’를 확정한 뒤에는 “얼떨떨했다.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실감이 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인지는 박세리(2003) 박지은(2004) 최나연(2010) 박인비(2012, 2015)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5번째로 베어트로피를 수상했다. 한 해에 신인상과 베어 트로피를 동시에 석권한 건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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