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강등을 면했으니 망정이지, 강등했으면 어쩔 뻔했나. 끔찍하다.”
인천유나이티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지난달 중순 전화 통화에서 구단 이야기가 나오자 짙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선수단에 거액을 베팅한 인천의 도박이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모두들 ‘드라마’, ‘이기는 형의 승리’라고 찬사를 보낼 때 그는 잔류의 이면을 들췄다.
“지난 9월 인천 박영복 대표이사가 이리 뛰고 저리 뛴 결과 시에서 추가경정예산 등 46억 원을 지원받았다. 밀린 선수단 급여 및 수당부터 해결했다. 분명 큰돈이긴 하지만, 인천의 본래 빚이 워낙 많아 (빚이)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은 걸로 안다. 재정적으론 여전히 암담한 상황이다.”
↑ 인천유나이티드는 11월5일 수원FC전 승리로 1부에 잔류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재정난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이런 상황에서 인천은 클래식 잔류를 위해 도박을 택한 것이다. A씨와 선수측, K리그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할 때, 인천은 이기형 대행 체제로 출발한 9월10일 서울전부터 승리 수당을 내걸었다. 선수측 관계자 B씨는 “한 경기에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걸었다. 이 수치는 물론 선수 한 명에게 지급한 금액”이라고 했다.
승리 수당 (평균)750만원, 무승부 수당 200만원에 편리상 경기당 10명이 받았다고 가정할 때, 6승 3무 1패를 기록한 인천은 마지막 10경기에서 추가 수당으로만 최소 5억원을 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체 및 대기 선수에게까지 지급했다면 수천만 원이 늘어난다.
5억원과 잔류 티켓을 맞바꿨다고 생각하면 이 금액은 많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 강등을 경험한 한 지방 시민구단 직원 C씨는 “강등하면 관중, 스폰서, 지역 및 팬 관심이 절반 이상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강등을 당해본 입장에서 말하면 절대 강등되면 안 된다. 10억원을 들여서라도 1부에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폰서들은 ‘클래식 여부’와 ‘순위’를 따진다. 인천은 2부로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투자 대비 고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하나의 구단을 운영하는 집단이 ‘이럴 줄 알고 그랬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위험하다. ‘저럴 수도 있을거야’라는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 “만약 강등했으면 어쩔 뻔했나. 끔찍하다”는 A씨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베팅 자체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베팅은 각각의 구단이 계약서에 명시한 승리수당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축구인 D씨는 “베팅을 하는 시스템 자체가 위험성이 크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주는 연봉 안에는 ‘팀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요구가 담겼다. 선수들도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런데 추가로 돈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계속 말했다. “예전에 모 구단 선수들이 구단 측에 ‘1년에 3경기 베팅해 달라. 그 경기는 우리가 정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폐해가 앞으로 생길 수 있다.” 내년 시즌 말미 인천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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