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쯤이면 ‘붐’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 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1년 사이 선수 4명의 이름이 바뀌었다.
넥센의 내야수 1명이 경찰야구단에 합격해 8일 입대한다. 임지열, 올해 KBO리그 가이드북에 없는 이름이다. 임동휘란 이름이 좀 더 친숙하다.
2014 신인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22순위(입단 계약금 1억1000만원)에 지명된 유망주다. 특히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 장차 넥센의 미래를 책임질 후보다.
그런 그가 이름을 바꿨다. 지난 8월 법원에 개명허가신청서를 제출해 허가 심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개명 등록을 신청했다.
넥센은 최근 개명 선수가 유난히 많다. 1년 사이 김세현(개명 전 김영민), 오주원(오재영), 김건태(김정훈), 임지열까지 4명이다.
↑ 2013년 11월 넥센 마무리훈련에 참가했던 김하성, 임동휘, 임병욱(왼족부터). 두 동갑내기 입단 동기와 달리 임동휘는 1군 데뷔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빨리 군 복무를 한다. 임지열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진=MK스포츠 DB |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래 전부터 개명할 뜻이 있었다. 동료의 개명 소식은 뒤늦게 알았다. 이미 각자 개명 신청을 한 이후였다. 속사정도 모르고 괜히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의 시선을 받을까 걱정했다.
성공 사례에 기대어 남처럼 따라하는 게 아니다. 이름의 변화는 새로운 야구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지금보다 더 잘 하기 위함이다.
임동휘는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그렇지만 부모의 마음은 아들이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성공의 길을 걷기를 바랐다. 프로에 입문한 2014년부터 개명을 권유했다.
임지열은 3년간 1군 경기를 뛴 적이 없다. 그는 서울보다 화성이 더 익숙한 생활 반경이다.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부모의 개명 권유를 받아들였다. 작명소를 통해 전달 받은 이름 지열과 재효 중 지열을 택했다. “좀 더 마음에 들었다”는 게 임지열의 설명이다. 그가 개명 신청을 할 때는 오주원, 김건태의 개명 사실을 알기 전이었다.
개명 효과라는 게 있을까. 김세현은 “이름을 바꾼다고 갑자기 기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최근 개명한 넥센 선수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리고 개명 효과라는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몇몇 성공 사례 같은 기대는커녕 의식조차 안 했다.
김건태는 살면서 한 번은 이름을 바꿔야 하는 운명이었다. 김건태는 “특별히 개명 효과를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새 이름으로 (다시 생활과 야구를)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오주원 역시 2004년 신인상 출신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굴곡진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건강하길 바라는 부모의 염원을 담아 개명 절차를 밟았다. 이제는 아프지 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를 뿐이라던 오주원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간절함이다. 짧던 길던 무엇인가에 막힌 야구인생의 돌파구이자 전환점이 필요했다.
김세현은 “개명한다는 건 그만큼 잘 하고 싶고 간절하기 때문이다. 개명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새롭게 시작하겠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한 임지열도 2년 후를 기약했다. 그는 “개명 때문이 아니라 2년간 경찰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전역 이후 삶이 바뀔 것이다. 정말 열심히 해서 2년 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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