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27·팀지엠피)이 최신 조류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제 힘을 잃었다. 순식간에 적응을 마치더니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호령한다.
■세계선수권·亞 기록 동시 교체
캐나다 윈저 WFCU 센터에서는 6일(현지시간)부터 2016 세계 25m 풀 선수권이 열리고 있다. 국제규격 50m 수영장의 절반 규격인 ‘쇼트 코스’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수영연맹(FINA) 주관대회다.
박태환은 8일 오전 자유형 200m 결선 1번 레인으로 임하여 1분41초03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2위 이하보다 0초61 이상 먼저 들어와 아시아 최고기록이자 세계선수권 신기록을 세웠다.
↑ 박태환이 세계 쇼트 코스 선수권 200m 결승에 임하고자 탈의하고 있다. 사진=국제수영연맹 SNS 공식계정 |
하루 전 400m 정상에 오른 박태환은 3896일(만 10년7개월29일) 만에 세계 25m 풀 선수권 2회 입상자가 됐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의 400·1500m 은메달 후 처음이다.
롱 코스로 범위를 넓히면 2012년 런던올림픽 200·400m 준우승이 있다. 박태환은 1592일(만 4년4개월8일) 만의 세계 대회 2종목 메달이라는 개인 성과도 달성했다.
이전까지 세계 쇼트 코스 선수권 200m 기록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대회 라이언 록티(32·미국)의 1분41초08이었다. 록티는 올림픽에서만 금6·은3·동3으로 12차례 입상한 슈퍼스타다.
■국제적 추세 순응 넘어선 비범함
박태환은 200m 예선을 7위로 통과했다. 1위와 1초19라는 적잖은 차이를 보여 2관왕 전망이 밝지 않았으나 결과는 우승이었다.
지난여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만 해도 박태환은 단 한 종목도 결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과거보다 치열해진 메이저 세계 대회 예선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시대에 뒤처진 선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예·결선을 같은 날 오전/오후에 소화하는 수영 특성상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국제무대 예선은 어지간한 아시아 정상급 대회 결승수준을 넘는 일이 잦다.
박태환은 우수한 성적으로 400m를 제패하며 최신 조류를 이겨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에는 체력 안배로 예선을 통과하고 결선에 힘을 쏟아 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는 대범함까지 보여준 것이다.
■亞 선수권 4관왕…‘그랜드슬램’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는 11월 17~20일 제10회 아시아수영연맹(ASF) 선수권대회 경영 일정이 진행됐다. 박태환은 100·200·400·1500m 4관왕에 이어 한국의 계영 4x100m 동메달에도 동참했다. 메이저 단일대회 4차례 금메달은 개인 최초다.
박태환은 400m 제패로 2012 런던올림픽 챔피언 쑨양(25·중국)에 이어 해당 종목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단 2명의 아시아 수영인이 됐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아시아경기대회·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석권을 말한다.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박태환은 은1·동5를 수상했으나 취소됐다. 이는 2014년 9월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에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어 FINA로부터 2016년 3월2일까지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근력과 골밀도를 높인
인천아시안게임 수영은 2014년 9월 21~26일 진행됐다. FINA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 기간에 포함됐기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박태환의 메달을 원천무효화했다.
징계종료 후 올림픽에 나갔으나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절치부심한 박태환은 제97회 전국체전 200·400m 대회 신기록 2관왕과 아시아선수권 금4·동1로 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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