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유쾌한 ‘어록제조기’, 해설 차명석(47)이 돌아왔다.
“인기 비결이요? 글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팬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더 많이 하기 때문 아닐까요?”
2015시즌 ‘친정팀’ LG의 수석코치로 돌아갔다가 지난해 kt에서 육성총괄을 맡았던 그는 이 겨울 ‘친정 방송국’ MBC스포츠플러스와 계약하면서 2017시즌부터 다시 마이크 앞에서 야구팬들을 만나게 됐다. 중계 부스를 떠난 지 2시즌만의 컴백. 이제 현장이 외도인지 해설을 들러 가는지 살짝 헷갈리기도 한다.
“해설자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고, 현장에는 점점 더 다양한 시각과 경험, 넓은 수용성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크로스오버’는 사회 문화 어느 곳에서도 중요한 개념이죠.”
그래서 스스로는 큰 변신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움직여도 야구, 지켜봐도 야구, 말해도 야구일 뿐이다.
↑ 해설 차명석이 돌아왔다. 지난 두 시즌 동안 LG와 kt에서 코치로 일했던 그가 내년에는 다시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진에 합류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이제 해설도 정말 어렵습니다. 물론 현장의 이해도는 더 올라갔죠. 그만큼 말이 더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사람은 나이 먹을수록, 또 많이 알수록 말을 줄여야 한다는데 해설가는 말을 늘려야하는 직업이니 참……. 솔직히 점점 평가가 두려워집니다. (내 말이) 맞느냐, 틀리느냐 이전에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늘어납니다.”
지난 2년 동안의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는 역시 요즘 선수들에 대한 생생한 느낌을 다시 충전하고 온 것이다. 지도자는 끊임없이 선수들과 소통하는 섬세한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공감하는 일이 늘 중요했다.
“실제 자신의 처지와 큰 상관없이 그냥 요즘 선수들은 헝그리정신, 절박함이 과거 선수들보다 적어요. ‘죽기 살기로 해봤어?’ 그런 화법은 이제 통하기 힘들어요. 살자고 하는 일인데 왜 죽자고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요즘 선수들은 대신 창의력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면이 많아요. 새로운 동기 부여의 과정,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절박함을 채근해봤자 ‘꼰대’가 될 뿐이다. 억지로 뭔가를 시킬 수 없었다. 훈련을 ‘왜’ 하는지 이해시켜야 했고 스스로 하게 만들어야 했다.
요즘 현장의 케미스트리, 선수들의 특성과 지도자들의 고충을 다시금 흠뻑 느끼고 이제 ‘야구 읽어주는 사람’으로 돌아온 차 해설위원은 누군가의 ‘좋은 예’로 남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한때는 거의 모든 야구 선수들의 ‘장래희망’이 감독이었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의 인식은 상당히 달라졌다. 방송에 꿈이 있거나, 구단 일에 관심이 있는 등 선수들의 미래 설계는 많이 다양해졌다.
“다들 감독이 되고 싶어 했던 시절, 어디에 감독 자리가 있는지 찾기보다 스스로 감독의 자질을 갖추는데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해설이 되고 싶은 선수들은 늘어난 만큼, 좋은 해설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선수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 차 위원은 지난 2년동안 현장에서 요즘 선수들과 소통했다. 현장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지만, 그만큼 할 수 있는 말들을 고민해야 하는 게 지금부터의 숙제다. 사진=MK스포츠 DB |
책 읽기가 취미이자 버릇인 차 위원은 새해의 목표를 ‘인문적인 해설’로 설정하고 있다. ‘통섭’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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