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종합격투기(MMA) 역대 최고의 태권도 전문경력을 자랑하는 한국계 선수가 승리가 절실한 대결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MMA 첫 연패 수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골든원센터에서는 18일 UFC 온 폭스 22가 열렸다. 한국/태국계 미국인 제임스 문타스리(28)는 알렉스 모로노(26·미국)와 웰터급(-77kg) 경기를 치렀으나 만장일치 판정으로 졌다.
UFC 홈페이지가 공개한 전산 채점을 보면 문타스리는 1라운드 10-9로 앞섰으나 2·3라운드에서 9-10으로 역전당했다. 모로노전 패배로 UFC 통산 2승 4패가 됐다. 라이트급(-70kg)과 웰터급에서 각각 1승 2패.
지면 프로데뷔 후 첫 연패이기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MK스포츠는 ’UFC 아시아’의 도움을 받아 문타스리를 전화 인터뷰했다.
■태국 父-한국 母…獨 출생
우선 문타스리에게 ‘한국/태국계 미국인’이 된 사연을 물었다. “아버지가 태국인,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면서 “부친이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며 모친을 만나 결혼하고 나를 낳은 곳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다.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지금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이름이 있는지를 질문했으나 이해를 못 했는지 ‘제임스’라는 답변이 나왔다. 부계가 아닌 모계가 한국이다 보니 한글명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韓 UFC 챔프 배출 가능
문타스리가 활동하는 UFC 웰터급에는 공식랭킹 9위 ‘스턴건’ 김동현(35·Team MAD)이 있다. “스턴건뿐 아니라 모든 한국 선수에게 관심이 간다. 그들과 직접적인 친분은 없으나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한다”고 애정을 보이면서 “UFC 206에 출전한 페더급(-66kg) 11위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25·TeamMAD) 경기도 봤다. 비록 졌지만,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음도 안다”고 혈연의 뿌리 중 하나에 꾸준한 흥미가 있음을 드러냈다.
“제2대 UFC 페더급 챔피언이자 제9대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등극한 코너 맥그리거(28)는 조국 아일랜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말을 이어간 문타스리는 “한국도 국민적인 성원을 받는 스타가 UFC 정상에 올라 국가를 대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 범미주태권도연맹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이자 범미주경기대회 은메달리스트 제임스 문타스리(오른쪽)가 UFC 193에서 발차기를 하고 있다. 사진=‘UFC 아시아’ 제공 |
■남북아메리카 태권도 銀
문타스리는 2004 범미주태권도연맹(PATU) 선수권대회 -84kg 동메달리스트이자 2007 범미주경기대회 -80kg 은메달리스트다. 미국이 속한 북미뿐 아니라 남미까지 범위를 넓혀도 최정상급 태권도선수였다는 얘기다.
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2004년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개최한 청소년선수권 -78kg에 출전한 것이다.
한국의 태권도 출신 MMA 선수로는 로드 FC’ 소속 홍영기(32·압구정짐)가 대표적이다. 홍영기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세계태권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을 제패한 바 있다.
■韓 태권도 선수부 훈련 2개월
“고등학교 시절 나는 버릇이 정말 없었다. 부모님이 건강에 좋다며 권한 음식도 싫으면 먹지 않았다. 뭐든지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했다”고 회상한 문타스리는 “어느 날 어머니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줬다. 나도 모르게 현지 고등학교의 태권도 선수부 훈련에 합류시킨 것”이라면서 “생전 처음으로 하루 6~7시간 운동과 단체샤워,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의 잠을 경험했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까지 포함해도 여전히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고 추억했다.
문타스리는 “그래도 당시 겪은 훈육과 어른공경 등 한국의 문화는 지금도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면서 “이후에도 태권도 연마를 위해 찾은 이유”라고 답했다. 세계청소년선수권 외에도 여러 차례 한국에 왔다는 얘기다.
↑ 제임스 문타스리(오른쪽)가 UFC 파이트 나이트 60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해당 대회는 역시 한국계인 제5대 라이트급 챔피언 벤 헨더슨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사진=‘UFC 아시아’ 제공 |
■올림픽 체급 메달 긍지…태권도 변형기술 연구
MMA 세계 1위 단체 UFC에서 가장 우수한 태권도 전문경력자라는 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태권도 시절 8체급의 대륙별 선수권뿐 아니라 올림픽처럼 4체급만 운영되는 종합경기대회에서도 입상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표출한 문타스리는 “UFC에서 태권도를 대표하고 나아가 무도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WTF는 정권 몸통 가격과 얼굴·몸통 발치기만 인정한다. 펀치로 안면을 치거나 킥으로 허벅지를 공략할 수 없다는 얘기다. 몬타스리는 “옥타곤에서 싸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태권도 기술을 종합격투기에 맞게 변형할 필요를 느낀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한 모습도 보여줬다.
■감량 버거워 라이트급→웰터급
문타스리는 UFC 첫 3경기를 라이트급으로 치르고 웰터급으로 올라왔다. MMA 데뷔 후 라이트급 경기에서 UFC 1회 포함 2차례 계체 실패가 있었다.
“태권도에서는 -78~-84kg으로 활동했는데 -78kg은 주니어였을 때다. 내 덩치가 크진 않지만, 평소 체중이 86kg 정도”라고 고백
“MMA에서 더 오래 활약하고 자주 출전하기 위해 웰터급을 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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