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KIA 팬들을 넘어 야구 팬 전체를 깜짝 놀라게 만든 양현종(29)의 단기계약. 구단은 안도했고 감독은 반색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양현종은 스스로와 팀에 의미를 남겼다.
전날 양현종과 KIA의 계약 소식은 반전이었다. 협상진척이 지지부진했다고 알려지긴 했으나 대형계약 자체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현종이 리그에서 지니는 가치, 희소성이 김광현(SK), 차우찬(LG)에 뒤지지 않기 때문. 해외진출 가능성이 현저히 줄었지만 그가 시장에 나온다면 타 구단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대다수의 시각 또한 극적인 잔류냐, 거센 후폭풍 속 이적이냐의 문제였지 매머드 급 계약자체는 이뤄질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양 측은 팀에 대한 애정, 대권도전이라는 명분 앞에 이색적이고 특이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했다. 1년간 총합 22억 5000만 원. 그리고 내년 시즌 후 양현종 스스로가 원할 시 자유로운 신분이 되는 것이 골자다. 이로써 몇 주가량 프로야구 판을 뜨겁게 달궜던 양현종 거취변수는 일단락 됐다.
↑ 양현종(왼쪽)의 잔류로 김기태 감독과 KIA는 반색했다. 전력유출 없이 내년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최형우 영입, 헥터 재계약 등 KIA는 나름 최선을 다한 비시즌을 보냈고 그로인한 팀 자금사정도 익히 전해졌다. 그러나 이와는 상관없이 에이스의 유출은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양현종이 해외가 아닌 국내 타 팀으로 이적했다면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했을 전망이다. 계약 직후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 배려, 팀 등을 강조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사령탑인 김기태 감독은 반색했다. “구단과 (양)현종이 모두 감사하다. 감독으로서 영광이다”라는 첫 마디를 통해 그간 사령탑으로 느낀 고뇌와 긴장감이 전해졌다. (다소간 난항이었던) 협상과정에 대해서도 짐작은 하고 있을 터였지만 더 이상의 첨언보다 감사인사로 마음을 대신했다.
물론 사령탑 스스로 느낄 기대감 또한 당연했다. “모두가 힘을 모아 내년에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겠다”는 김 감독의 말에서 내년 시즌 각오가 전해졌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어도 부담감이 혼재했다. 감독 계약 마지막 해, 대권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반색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마음이었다.
↑ 양현종(사진)은 단기계약을 맺음으로서 이익을 극대화하지는 못했으나 팀 내 위상과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렇지만 양현종은 명분 측면에서 이상의 성과를 얻어냈다.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절실했던 소속팀 KIA의 우승찬스, 김기태 감독과의 의리, 팀에 대한 애정, 팬들에 대한 감사가 합쳐져 나온 결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행보였다.
미련 남은 해외진출 의지, 아쉬운 타이밍 속 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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