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속 기억에 남는 프로야구 ‘투수전 5선’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프로야구에서 최근 몇 년간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비해 투수전을 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투수가 잘 던지면 경기를 이길 확률은 단연 높아진다. 숱하게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지만 투수가 잘 던져서 이긴 KBO리그 기억나는 투수전 ‘5선’을 꼽아봤다.
◆4월24일 문학 NC-SK전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에이스가 맞붙었다. NC는 에릭 해커를 내세웠고 SK는 김광현으로 맞불을 놓았다. 6회까지 2-2로 팽팽하게 붙었다. 양 팀 합쳐 4점 중 3점은 홈런 3방으로 나올 정도로 실점마저 깔끔했다. 7회말 1사 2루 기회를 잡은 SK는 박재상이 해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3-2로 앞서 나갔다. 김광현은 이날 8회까지 투구 수 정확히 100개를 던져 4피안타(2피홈런) 6삼진 1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해커도 7이닝 9피안타(1피홈런) 6삼진 3실점을 기록하면서 이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7회 1점이 승부를 갈랐다. 김광현은 이날 승리로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
◆5월27일 수원 넥센-kt전
한쪽의 일방적인 투수전이었지만 이날 경기는 의미가 있었다. 1군 2년차 kt 위즈에서 첫 완봉승이 나왔기 때문이다. kt 투수 주권은 이날 9이닝 동안 단 피안타 4개만을 내주면서 넥센 타선을 꽁꽁 틀어막고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단 한 개의 사사구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타자 채태인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모자를 벗고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 2년 만이자 통산 24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으로 장식한 건 35년 KBO리그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주권은 이날 승리 뒤 5승을 더하며 kt의 희망으로 거듭났다.

↑ 두산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순간. 사진=MK스포츠 DB

◆6월30일 잠실 NC-두산전
6월의 마지막 날, 대기록이 나왔다. 두산 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4-0으로 앞선 9회초 2사 후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을 잡은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 기쁨을 표시했다. 혼신의 139구를 던져 얻은 노히트노런이었다. KBO리그 통산 13번째의 대기록.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과 김준완을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이날 4개의 사사구를 내줬지만 단 한 개의 피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올해 18승7패 평균자책점 3.80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보우덴은 올 시즌 NC전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17로 매우 강했다.
◆9월1일 잠실 kt-두산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1점만 내는 경기를 보는 건 쉬운 건 아니다. 승리에는 1점이면 충분한데도 말이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에선 4차례 1-0 경기가 펼쳐졌다. 그 중 9월1일 경기는 외인 선발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이었다. kt에선 트래비스 밴와트, 두산에선 더스틴 니퍼트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둘 다 나무랄 때 없는 투구였다. 한 자기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밴와트는 7이닝을 책임지며 7피안타 3사사구 3삼진 1점을 내줬다. 니퍼트는 거침없었다. 9이닝 동안 2피안타 6삼진 1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 경기를 따로 기록한다. 올 시즌 전까지 ‘1-0’ 경기는 통산 335차례 나왔다.
◆9월6일 문학 KIA-SK전
시즌 막판 외인들의 명품 투수전은 또 한 차례 나왔다. 9월6일 문학에선 KIA 헥터 노에시와 SK 메릴 켈리가 맞섰다. 양 투수 모두 똑같이 나선 자신의 올 시즌 27번째 경기. 당시 승수에선 13승(4패)의 헥터가 앞섰지만 이날은 9승(7패)째를 거둔 켈리가 웃었다. SK가 2-0으로 이겼기 때문. 켈리는 8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했다. 켈리의 올 시즌 최고 피칭. 헥터는 7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고 5피안타 1실점으로 만만치 않는 피칭을 선보였지만 켈리의 호투에 조금 밀렸다. 헥터와 켈리는 올 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각 구단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운이 좋다면 이들의 맞대결은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김광현의 통산 100승 기념 유니폼.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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