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을 꺾고 선두를 지킨 17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자리한 건 ‘자매’ 김수지(30)와 김재영(29)이었다.
조송화(24)를 대신해 주전 세터로 선발 출전한 김재영은 큰 부담을 이겨내고 팀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이날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수지 메달’의 주인공이었다.
박미희 감독(54)은 “오늘은 잇몸으로 잘 버텼다. 김도희(20) 대신 김재영을 선발 출전시켰는데, 무엇보다 심리적인 요인을 고려했다. 실전 감각은 부족(이전까지 4경기 출전)해도 배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영은 이날 경기에서 매 세트 선발 출전하며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 훈련양이 부족해 호흡이 잘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수행했다. 1서브 2블로킹 포함 5득점까지 기록했다.
↑ 흥국생명의 친자매 김재영(왼쪽)과 김수지(오른쪽). 사진(인천)=이상철 기자 |
베테랑이지만 주전 세터는 거의 처음이었다. 게다가 선두 자리가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 김재영은 “풀타임 소화는 처음인 것 같아.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부담이 컸다. 그런데 나이가 있으니 (동생들 앞에서)티를 못 내겠더라. 그냥 오늘 이것저것 막 다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김재영은 “나부터 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재영(21), 러브(26) 등 주공격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장 먼저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지는 경기를 앞두고 김재영에게 블로킹, 수비 등 하나부터 열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언니의 조언 덕분인지 김재영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박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의 평가는 냉정했다.
김수지는 동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승리했으니 그것만으로 잘 했다. 결과만 따지면 90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60점이다. 경기 도중 볼 배분이나 이단 연결이 터무니없을 때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더 잘 해야 한다는 것. 괜히 기댈까봐, 동생에게는 칭찬에 인색한 언니다.
그래도 표현을 잘 안 할 뿐, 잘 했다는 이이야기다. 김수지는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속공 등 호흡이 완벽할 수 없었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동생이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IBK기업은행을 꺾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1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IBK기업은행에 승점 5점이 앞서있다.
김수지는 “현재 다른 팀이 물고 물리는 가운데 우리가 치고 나가는 중이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 모두 우승을 희망하고 있다”라며 동생과 함께 정상에 설 그 날을 꿈꿨다.
흥국생명이 선두 자리를 공고하게 지키기 위해선 오는 20일 한국도로공사전이 매우 중요해졌다. 조송화를 도와주자는 생각이 강하다는 김재영은 다시 한 번 주전 세터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박 감독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 조송화의 결장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박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믿음이 가지 않겠나”라며 김재영을 한국도로공사전에 중용할 의사를
김수지가 늘 강조했던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 기회다. 김재영은 사흘 뒤 더 나은 플레이를 약속했다. 김재영은 “오늘은 정신이 없었다. 첫 경기부터 수훈선수로 뽑힌 데다 기자회견까지 참석했다. 언니 말을 더 잘 듣고 준비 더 잘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