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74경기 타율 0.305(213타수 65안타) 3홈런 29타점. 규정 타석에 한창 못 미치는 평범한 성적이지만 전민수(28·kt 위즈)에겐 잊을 수 없는 2016년이다. 지난해 4월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루타를 때리면서 2008년 프로(현대 유니콘스) 입단 후 9년 만에 안타를 신고했다. 데뷔 후 2군에서 주로 머물던 그는 두 번의 수술과 재활, 방출에만 약 4년간의 시간을 보냈다. 19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전민수는 “부상 때문에 배트를 못 잡고 방출된 시간들이 나를 성장할 수 있게 한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전민수는 덕수고 2학년이던 2006년 고교야구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고 화랑기, 청룡기, 봉황대기 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3학년 때 방망이를 휘두르다 오른 손바닥 뼈가 부러지는 등 불운을 겪으면서 1라운드 지명의 꿈이 물 건너갔다. 그렇게 들어간 프로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때 우승왕조를 구축했던 현대에는 전준호, 이숭용, 송지만 등 ‘큰 산’ 같은 선배들이 즐비했다. 신인 전민수가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 지난 19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전민수. 사진(수원)=김진수 기자 |
이후 그는 4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회인 야구 팀 레슨을 했다. 중고등학생 개인 레슨과 초등학생 야구교실에서까지 일하면서 손에 쥐어진 건 월 100만원이 채 안 됐다. 당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는데 kt 선수단이 야구장에서 훈련을 하곤 했다. 전민수는 “그땐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3월이 되자 조급해진 그는 일부러 프로야구 중계를 멀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포기하지 않는 것. 부상 중이던 어깨 재활에 들어갔다. 한 때 팔을 제대로 못 올리는 등 10미터 이상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형선고”였다. 그는 “구단(넥센)에서도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을 거다”고 말했다. 한 후배가 재활센터를 소개시켜주면서 그는 복귀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에 옮겼다. 야구장 밖에 있으니 오히려 야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 선수들의 장점을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이 부각 시키는 게 맞더라”고 했다.
방출된 지 약 1년 만인 2014년 8월 육성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여전히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대타로 나서도 더 집중했다. 전민수는 “어차피 1군에 올라가면 대타로 시작하게 되지 않나. 대처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군에서 첫 안타와 홈런 등을 치며 꿈에 그리던 주전 자리를 꿰찼다.
↑ 고교 때 주목받은 선수들도 대부분 프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잦은 부상으로 인한 수술과 재활 그리고 방출까지. 이겨내면서 전민수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사진=MK스포츠 DB |
팬들에게도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는 팬들의 친구요청이 늘었고 커피숍에서는 그를 알아본 직원이 쿠키를 공짜로 주기도 한단다. 지난해 8월 9일 복숭아 뼈 부상으로 시즌을 빨리 마감한 그는 최근 김동명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9일 동안 훈련을 하는 등 새 시즌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프로 선수는 한 시즌이 끝나면 또 다시 시작이다. 또 경쟁이고 불안정 속에 있는 거다”며 “안정적인 삶을 찾으려면 정신력이 중요하다. 조금만 생각의 차이가 야구장에선 결과로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연봉도 꽤 올랐다. 데뷔 후 한 차례 200만원 오른 것을 제외하고 최저 연봉만 받았던 그는 올 시즌 팀 야수 최고인 85% 인상된 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평소 낮은 연봉에도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제 돈으로 장비를 구입하니 더 애착을 갖게 되고 잘 되면 장비 덕분인 것 같아서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던 그다. 그러면서도 “아직 저를 위한 선물
전민수는 “또 스프링캠프라는 전쟁터로 뛰어들어야 한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이라며 “지난해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비행기에 탄 것처럼 마음이 뜰 때가 있어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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