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리더보드가 놀라웠다. 내 친구들이기도 한 많은 미국 선수들이 톱에 있었다. 미국 선수들에게 멋진 대회였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퓨어 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가장 먼저 '미국 선수들의 활약'에 기쁨을 드러냈다.
린시컴은 30일(한국시간) 바하마 나소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 클럽 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합계 26언더파 266타로 렉시 톰프슨(미국)과 동타를 기록한 린시컴은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상금은 21만달러(한화 약 2억4000만원). 지난 2015년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이후 1년 9개월만에 거둔 개인 통산 7승째다. 하지만 린시컴은 이날 자신의 우승 소감보다 먼저 '미국'의 우승소감을 말해 관심을 모았다. 린시컴은 "우린 분명히 열심히 해왔고, LPGA에 얼마나 많은 훌륭한 (미국) 선수들이 있으며, 얼마나 선수 층이 두터운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자신의 우승보다 '미국 선수들의 부활'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린시컴이 유독 '미국의 부활'을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미국은 LPGA투어 67년 역사상 '최소승'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톰프슨과 브리타니 랭이 1승씩 거두며 34개 대회에서 단 2승을 합작한 것. 게다가 116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당연히 현지 언론에서도 미국 여자골프의 위기에 대해 끊임없이 기사를 쏟아냈다.
게다가 올해에도 '에이스' 역할을 할 선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골프계는 랭킹 1·2위 전쟁을 펼치는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의 맞대결. 여기에 세계 랭킹 3위 전인지(23)의 건재, 돌아온 골프여제 박인비(29), 새롭게 합류한 '슈퍼 루키' 박성현(24) 등 막강한 외국 선수들의 파워에 몰리며 미국 선수들이 설 곳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부진이 자극을 했을까. 미국 선수들은 개막전부터 총출동 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장악했다. 대회 첫날 린시컴이 선두에 올랐고 스테이시 루이스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린시컴이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톰프슨, 저리나 필러, 루이스 등이 톱5로 올라섰고 3라운드에서도 이 4명이 선두권을 유지했다.
최종일에는 '루키' 넬리 코르다(미국)까지 공동 5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톱5'에 5개의 성조기가 걸렸다. LPGA투어 개막전 3연패를 노렸던 한국 선수들은 미국 선수들의 기세에 밀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2·롯데)는 1라운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공동 9위에 머물렀고 이일희(29·볼빅)는 공동 24위, 세계랭킹 6위 김세영(24·미래에셋)은 공동 42위로 시즌 첫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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