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히어로 월드챌린지를 앞두고 466일만에 복귀를 선언한 타이어 우즈(41)의 일성은 호기로웠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I'm not dead)"고 했고 "(대회에) 나갈 준비가 됐다(I'm ready to go)"고도 큰소리쳤다. 올해 초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으로 19개월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로 복귀할 때는 "우승할 수 있는 경기력을 갖췄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전체 17명 중 15위를 했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버디(24개)를 잡는 모습을 보고 "타이거의 우승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고 흥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프로골프투어 오메가 두바이데저트 클래식에서 허리 경련을 이유로 기권하고 당초 참가할 예정이었던 제네시스오픈과 혼다클래식마저 출전을 포기하자 "우즈의 시대는 끝났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이미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을 기권했을 때 전문가들은 우즈의 허리 통증이 은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듀크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셀렌 패리크 교수는 "500일 이상 치료와 휴식, 그리고 재활을 거친 우즈가 복귀하자마자 벌써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조금 더 악화되면 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우즈가 기존 스윙을 그대로 유지하면 계속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스윙을 바꾸면 다른 부위에 새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 예상이 맞아 떨어졌는 지 우즈의 주치의는 당분간 대회 출전을 자제하라고 충고했고, 우즈는 예정했던 2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우즈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내 주치의가 앞으로 2주 동안 치료를 하고 등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며 "내가 바라거나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실 복귀 시작부터 5주 동안 4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무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컷탈락한 우즈가 곧바로 12시간 비행을 하면서 두바이로 향한 것이 허리에 무리가 갔을 수 있다. 또 테일러메이드와의 계약 조건에 최소 경기 출전과 인센티브 조항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것 역시 우즈가 무리하게 대회 일정을 잡은 이유가 됐을 수 있다. 계약이 날개를 달아준 게 아니라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이전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PGA투어 79승을 올리는 동안 우즈는 18년 동안 다섯번의 기권과 9차례 컷오프 당한 것이 전부였다. 6년 동안은 단 한번 기권이나 컷오프가 없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23개 대회에서는 11번이나 기권과 컷오프를 반복했다. 2014년 4월 첫 등 수술을 받은 후에는 19개 대회에 참가해 72홀 완주를 한 게 9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
우즈가 부상을 딛고 무던히 애쓰며 경쟁의 무대로 복귀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상 최고의 골퍼가 툭하면 컷탈락하거나 기권하는
이제 우즈는 한동안 몸을 추스리며 4월 마스터스에서 다시 한번 복귀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때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경기를 포기할 경우 은퇴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정녕 '타이거의 시대'는 저무는가.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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