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본 대회 성패를 좌우할 불펜진 운용. 일단 첫 평가전을 통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 충분했다.
WBC는 전통적으로 투수들의 투구 수 관리가 매우 철저한 대회로 꼽힌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다. 경기에 나서는 투수는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파이널라운드 95개로 투구 수가 제한돼있다. 그 밖에 이틀 연속 던질 시 무조건 1일 휴식을 취해야하며 50구 이상 던질 경우는 4일을 쉬어야하는 등 연투에 따른 제한 규정도 많다.
이에 따라 각 팀은 투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해야하는 과제가 생겼다. 벌떼계투작전, 보직구분 없는 마운드운용도 때때로 벌어질 수 있다.
↑ 갑작스럽고 긴 여정으로 컨디션유지가 우려됐던 대표팀 불펜투수 임창민(사진)이 전날 쿠바전 첫 실전등판서 완벽투를 뽐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일단 지난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도 불펜진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국내에서 맞이한 첫 실전무대인 전날 쿠바와의 평가전에서도 그 위력은 여전했다.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기 충분한 것.
임창민은 급작스럽게 임정우의 대체멤버로 합류하다보니 쿠바전이 첫 실전등판이었다. 소속팀 미국 스프링캠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대표팀 캠프도 잠시 합류했고 이내 국내까지 함께 들어왔다. 일정만 봤을 때 강행군 그 자체.
피로가 여전할 것 같았지만 임창민은 첫 등판서 마치 시즌 때와 같은 맹위를 떨쳤다. 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 총 8개를 던져 상대 세 타자를 가뿐히 땅볼-뜬공-땅볼로 요리했다. 최고구속은 138km정도였지만 묵직함은 여느 강속구에 뒤지지 않았고 쿠바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 1라운드서 불펜등판이 유력한 이대은(사진)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가장 큰 성과는 이대은이 부른 희망가였다. 그는 현재 대표팀 마운드 내에서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까지 군사훈련을 받고나와 피칭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나오는 어려움. 지난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 부진까지 겹치며 당초 1라운드 3선발카드로 꼽혔던 그는 현재 우선 불펜진 합류로 방향이 틀어진 상황이다.
우려 속 쿠바전에 다시 등판한 이대은은 6회 3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귀국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쿠바 타선을 상대로 분명 아쉬운 내용. 하지만 그는 7회에도 나왔고 이번에는 2탈삼진-뜬공으로 상대를 가볍게 제압했다. 6회와 7회 내용이 확연히 달랐다. 7회만 봤을 때는 충분히 고무적인 성과라 볼 수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이대은이 잘 던졌다고 본다. 염려를 많이 했는데 자기 나름대로의 피칭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내용이 이대은 자신의 피칭이라는 의미.
대표팀은 이들 외에도 차우찬과 임창용이라는 불펜 옵션이 더 버티고 있다. 두 선수는 아직 컨디션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불펜에서 잔뼈가 굵고 경험이
감을 찾고 있는 타선, 1선발 장원준의 굳건함과 함께 다양하고 위력을 더해가는 불펜진이 대표팀 본 대회 핵심 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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