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사이클링 히트보다 반가운 4안타였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던 서건창(28·넥센)의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넥센이 7일 두산을 7-3으로 꺾고 지긋지긋한 5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시타가 터졌고 2사 후 6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였다. 그 중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는 구단 최초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캡틴’ 서건창이었다.
경기 전 서건창의 타율은 0.059였다. 안타는 겨우 1개였다. 볼넷 4개를 얻었으나 공격의 활로를 열어야 할 리드오프가 콱 막혔다.
↑ 서건창(28)은 7일 잠실 두산전에서 구단 최초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며, 팀에 1승을 안겼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서건창은 WBC 직후 열린 시범경기에서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타율 0.429(21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KBO리그가 개막하자 서건창의 방망이는 거짓말처럼 얼어붙었다. 17타수 1안타.
가뜩이나 고요한 넥센 타선이었다. 팀 타율이 0.228로 10개 구단 중 6위지만 득점권 앞에서 힘을 못 썼다. 11득점으로 최소 득점 2위였다. 1경기 최다 득점도 3점이었다. 누군가 돌파구라도 마련해야 했지만 돌격대장 서건창마저 부진했다.
장정석 감독은 WBC 후유증을 겪는 서건창에게 휴식을 줘야 할지 고민했다. 이날 투수 박주현을 말소하면서 멀티 내야수 김웅빈을 등록한 이유이기도 했다. 서건창의 부진이 더 길어지면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우선 서건창의 선발 제외 카드를 꺼낼 시기는 아니었다. 장 감독은 고심 끝에 두산전에서 서건창의 타순을 1번에서 3번으로 조정했다.
그 효과일까. 넥센의 3번타자는 훨훨 날아다녔다. 서건창은 1회초 우익수 쪽으로 쳐낸 공이 라인을 따라 깊숙이 굴러간 사이 3루까지 발 빠르게 뛰어갔다. 첫 찬스를 만들었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시원한 타격감이었다.
서건창은 기세를 몰아 4회초 외야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7회초에서도 안타를 때려 쐐기 득점을 기록했다. 서건창은 멈추지 않고 9회초 좌익수 왼쪽으로 2루타를 날리며 KBO리그 역대 22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대기록을 세웠지만 4안타의 의미도 컸다. 지난 5경기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서건창의 1경기 4안타는 2016년 5월 21일 잠실 LG전 이후 322일 만이다. 서건창은 타율을 0.059에서 0.227로 끌어올렸다.
서건창은 타격의 사이클을 강조했다. 마냥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나 넥센의 5연패 동안 자신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것에 미안함이 컸다. 평소다 심적으로 더
서건창이 살아나니 넥센의 공격도 답답함이 뻥 뚫렸다. 넥센 타자들은 힘을 합쳐 점수를 차곡차곡 모아갔다. 11안타로 시즌 최다인 7점을 뽑았다. 이제 반등을 꾀하는 넥센이다. 첫 승을 거둔 두산전의 가장 큰 소득은 살아난 서건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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