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갈 수 있을까…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회상했다. 그리고 찾은 새로운 삶.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이제는 유니폼만큼이나 양복이 더 잘 어울리는 직장인이 된 양승호(57) 전 롯데 감독이 국내 세 번째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의 초대사령탑으로서 다시 그라운드를 찾았다. 그 곳에서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세 번째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다시 한 번 그라운드로...독립구단 사령탑으로서 출발
“프로감독 때보다 더 바쁘다”는 양 감독. 그는 최근 의미 있는 행보를 알려왔다. 지난 10일 창단한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의 초대 감독을 맡으며 떠나있던 그라운드를 다시 밟게 됐다. 몇 년 전 불미스러운 일로 명성과 기회를 모두 잃고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운명처럼 다시 그라운드에 이끌렸다. 처음에는 손사래 쳤던 자리라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해야 할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간 닦아온 노하우, 경험 그리고 야구 후배들을 향한 애정. 거기에 스스로 느낀 야구인으로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시킨 국민들을 향한 죄송함이 더해지며 자리에 앉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파주 챌린저스’는 시작됐고 감독 양승호의 새 도전도 막이 올랐다.
↑ 양승호 감독이 국내 세 번째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의 초대감독으로 선임됐다. 파주 챌린저스는 지난 10일 공식 창단식을 가졌다. 사진=파주 챌린저스 제공 |
▲앞으로가 중요...독립구단의 미래와 현실
다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생업과 야구를 병행하기 힘들고 주변 환경이 녹록한 것만도 아니다. 챌린저스와 양 감독 모두 걸음마단계를 시작한 것에 불과했다. 양 감독 스스로도 “(창단을 했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재정, 환경 등 다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기대감만큼의 고민도 많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양 감독 말처럼 독립구단은 창단 그 이후 지속성이 중요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라는 양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래도 목표는 확고하다. “한두 명이라도 프로에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야 선수들도 더 희망을 갖고 노력을 한다. 레크레이션 온 게 아니지 않나. 목표는 프로로 맞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가능성 있는 자원들은 몇몇 눈에 띈다고. 양 감독은 “아직 훈련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투수 중 몇몇은 괜찮은 선수가 좀 있더라”며 “이들이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울 수 있고 또 분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프로무대는 쉽지 않은 곳. “냉정하게 가능성만 따지면 아직은 10%정도다”고 고심 끝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감독 입장에서는 20%~30% 만들고 싶다”고 껄껄 웃었다.
챌린저스는 5월 이후부터 실전 경기도 추진하고 있다. 양 감독은 “독립구단끼리 리그도 논의 중이다. 현재 대학팀들이 주말리그로 평일에는 시간이 좀 있다더라. 5월부터는 프로구단 2,3군과도 경기를 할 수 있게 추진 중이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 양승호 감독과 파주 챌린저스 선수들은 지난 10일 창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훈련일정을 시작한다. 현재 39명의 선수들이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파주 챌린저스 제공 |
챌린저스 감독이 됐지만 이것이 양 감독의 본업은 아니다. 그는 현재 무역회사서 총괄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프로 감독서 물러나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치며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양 감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 주변인들이 보기에도 운동과는 전혀 무관한 무역업에 종사 중인 그가 신기할 따름이다. 양 감독은 “고마운 분들이 많다”며 야구인으로서 활동을 배려해준 회사 대표이사, 또 주말도 없이 일만 하는 가장을 지원해주는 가족들의 도움이 힘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지만 감독까지 하게 돼 더 시간이 없어진 요즘은 정말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도움이 있었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 도전은 성공하기 힘들지 모른다. 어느덧 2년여가 흘러 이제 직장인이 다 됐다는 양 감독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학원까지 다녔다. 회사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며 자신만의 빠른 적응 비결을 공개했다. 더불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하관계 및 상대를 배려하는 호탕함까지. 노력과 경험이 뭉치니 전혀 다른 길도 해볼 수 있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낙폭 컸던 야구인으로서 삶,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듯 양 감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구단 감독으로서 환희를 느꼈으나 이후 불미스러운 일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빠졌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그의 커리어는 결국 무너졌고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야구와 관련)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느꼈다는 양 감독. 생계를 포기할 수 없었고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그라운드도 밟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회사생활에 감독 일까지 매우 바빠졌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 프로구단 감독에서 직장인 현재는 독립구단 감독까지 맡게 된 양승호 감독은 최근 누구보다 바쁘고 열정적 삶을 살고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양 감독의 일주일은 매우 타이트하다. 회사생활과 이로 인한 잦은 미팅과 약속. 매달 한 번 씩은 베트남 하노이 한인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거기에 이제 독립구단 감독으로 선수들의 꿈을 지도하고 구단들에게 원석을 제공해야 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스스로는 지금 몸이 바쁜 것 보다는 독립구단 사령탑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더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이제 시작일 뿐”라고 수없이 강조하는 양 감독 얼굴 속에는 설렘의 표정이 더 가득했다.
▲양승호
1960년
신일고-고려대-상업은행(1982)-해태(1983-1985)-OB(1986-1987)
OB, 두산 코치 (1995-2003)-LG 코치(2005-2006)-LG 감독대행(2006)-고려대 감독(2007-2010)-롯데 감독(2010-2012)
일구회 지도자상(2012)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