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화가 또 이겼다. 이틀 연속 LG를 꺾고 시즌 2번째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패배를 밥 먹듯이 했던 1년 전과는 색다른 풍경이다. 한화는 올해 16경기를 치러 7번을 이겼다. 벌써 1년 전 성적을 뛰어넘었다.
한화는 지난해 개막 16경기에서 3번 밖에 못 이겼다. 7연패가 1번, 4연패가 1번이었다. 연승은 1번도 없었다.
4월로 범위를 넓혀도 6번 승리했다. 반면, 패배가 17번이었다. 한화의 2016년 4월 승률은 0.261로 3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화가 4월 잔여 경기(10)를 전패해도 1년 전보다는 나은 행보다.
한화는 18일 현재 7승 9패를 기록, 10개 팀 중 8위에 올라있다. 높은 위치는 아니다. 한화가 가장 높이 오른 것은 공동 4위로 단 2경기(1승 1패)만 치렀을 때였다.
그러나 승패 마진을 ‘-2’까지 줄이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10위 삼성(3승 1무 12패)과 3.5경기차다. 이 승차는 1년 전과 정반대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9위 KIA와도 3.5경기차였다.
한화는 선두 KIA(12승 4패)에 5경기차로 뒤져있다. 그래도 못 오를 나무가 아니다. 1년 전의 한화는 선두 두산과 승차가 8.5경기였다.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5위와도 5경기로 외딴섬에 있었다. 18일 현재는 공동 3위 그룹(9승 7패)과 2경기다.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1년 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독수리군단을 둘러싼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참담한 심경도 아니다. 한화는 달라진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 김성근 감독은 1년 전보다 한화 팬에게 승리의 인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는 1년 전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경기를 가지면 패하기 일쑤였다. 선취점을 뽑아도 곧 리드를 빼앗겼다. 그나마 선취점 시 승률이 25%로 높은 편이었다. 13패 중 역전패가 7번이었다.
한화는 개막 16경기에서 122실점을 했다. 팀 평균자책점이 6.77로 매우 높았다. 경기당 평균 7.6점을 허용했다. 두 자릿수 실점이 4차례였다. 3실점 이하 경기는 1번뿐이었다. 이때만 해도 무실점 승리는 꿈도 못 꿨다. 지난해 한화의 첫 영봉승은 후반기 8번째 경기(2016년 7월 27일 대전 SK전 8-0)였다.
우승후보라는 이야기에 압박이 심했다.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했던 LG와 개막 2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내상 및 외상이 심했다.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기대와 다르게 성적까지 나쁘니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화는 올해 출발이 조금 달랐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을 맞아 접전을 벌이더니 1승 2패를 기록했다. 다 잡은 경기(2일 4-5 패)를 놓쳤지만 끈끈한 면이 있었다.
선취점 비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개막 16경기 중 11번이나 먼저 리드를 잡았다. 뒤집히며 패한 게 5번이나 전년도 대비 승률이 배 이상 높아졌다.
무엇보다 실점이 줄었다. 74점(경기당 평균 4.6실점)을 내줬다. 1년 전보다 48점을 덜 허용했다. 대량 실점 경기가 많지 않다. 두 자릿수 실점은 2번이다. 반면, 3실점 이하 경기가 7번으로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무실점 승리도 벌써 2번이나 이뤘다.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지표다.
SK와 대전 3연전 스윕 패 이외에는 거의 매 경기를 팽팽하게 겨뤘다. 와르르 무너지며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올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03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74를 낮췄다. KBO리그 평균(4.06) 수준이다.
다만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예년과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O리그의 평균 타율은 0.267이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후 타율 0.290과 비교해 큰 차이다. 한화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실점이 줄었다.
↑ 송창식은 올해도 한화 마운드의 마당쇠다. 그는 벌써 10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번 더 등판했으나 이닝이 줄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가뜩이나 선발진이 약했던 한화는 지난해 부상자까지 많았다. 특히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했다. 16경기 동안 선발 등판한 투수만 7명이었다. 비로 노게임(2016년 4월 16일 대전 LG전)이 선언된 윤규진까지 포함하면 8명.
문제는 긴 이닝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5이닝을 넘긴 경우가 3번에 불과했다. 최다 이닝이 6이닝이었다.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고 투수가 바뀌기도 했다. 선발투수의 부진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빠른 교체도 한 이유였다. 김성근 감독의 상징과 같았었던 퀵후크만 7차례였다.
자연스레 불펜의 부하로 이어졌다. 비정상적이었다. 선발진이 52⅓이닝을 책임진 반면, 불펜은 92⅔이닝을 막았다. 불펜의 이닝이 선발진 이닝보다 1.77배 많았다.
연투는 기본이었다. 이틀 연속 등판한 경우가 13번이었다. 4경기 연속 등판이 3차례 있었다. 장민재는 10경기로 최다 등판했으며 권혁, 박정진(이상 9경기), 송창식, 송창현, 김경태(이상 8경기)도 자주 호출됐다. 벌투 논란을 일으켰던 송창식은 이 기간 투구수만 313개였다. 4차례 선발 등판한 송은범(314개)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한화는 지난해 개막 1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가 1번(2016년 4월 10일 마산 NC전 마에스트리 6이닝 1실점 비자책)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25번(17.4%)으로 10개 팀 중 꼴찌였다. 하지만 한화는 올해 퀄리티 스타트를 10개 팀 중 2번째로 많이 기록했다. 총 9번으로 KIA(10번) 다음이다. 퀄리티 스타트 비율이 56.3%로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퀵후크는 1번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대전 SK전에서 2⅓이닝 동안 2실점을 한 송은범을 강판한 게 유일하다. 5이닝 이전 마운드를 내려간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 5이닝을 버티며 불펜에 바통을 건넨 경우가 12번이었다. 전년 대비 4배가 증가했다.
이닝 분배도 선발진에 더욱 쏠린다. 한화 선발진은 88⅓이닝을 던졌다. KIA(99⅔이닝)을 제외하고 다른 팀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반면, 한화 불펜은 57이닝을 책임졌다. 1년 전과 대비된다.
마운드도 부상에 심음하지 않는다. 주축 투수 중 권혁 외 부상자가 없다. 상대성을 고려해 장민재(16일 대전 SK전), 안영명(20일 대전 LG전)이 변칙으로 맨 앞에 투입되기도 하나 전반적으로 선발 등판 순서가 원활하게 돌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선발진이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게 올해 한화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라고 밝혔다.
팀 색깔이 180도 달라진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의 야구는 여전히 불펜이 중요하다. 한화는 13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지난해 17명보다 4명이 적다. 불펜이 맡을 이닝이 줄었다고 해도 주요 투수의 호출 횟수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박정진과 송창식은 10경기로 KBO리그 최다 출전 공동 1위다. 장민재도 SK전 선발 등판 준비 이전까지 마운드에 자주 올랐다. 두산과 개막 3연전 내내 출전해 59개의 공을 던졌다. 심수창(8경기)도 3연투를 했다.
주력 불펜 자원이 이틀 연속 휴식을 취한 경우가 아주 많지 않았으나 다소 유연해진 면도 있다. 3명 이하 투수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경기가 6번이다. 1년 전에는 딱 1번이었다.
↑ 운이 따르지 않았던 비야누에바는 4번째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첫 승을 신고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가 가장 달라진 점은 선발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외국인투수가 있다. 마에스트리와 로저스, 그리고 비야누에바와 오간도. 이 4명의 초반 활약은 극과 극이었다.
한 야구인은 “냉정히 말해 김 감독 부임 후 2년간 외국인투수 중 인상적이었던 이는 (2015년의)로저스뿐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괴물 같던 로저스도 지난해 4월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이었다. 한화가 어려움을 겪을 때 전력에 보탬이 안 됐다. 가뜩이나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에이스의 빈자리는 컸다. 로저스가 첫 공식 실전 피칭을 한 것은 지난해 4월 28일 퓨처스리그 롯데전이었다.
5일 간격으로 등판했던 마에스트리도 실망감만 안겼다. 팀 내 첫 선발승의 주인공이었으나, 개막 16경기 동안 보여준 것은 그 1경기였다. 초반 4경기 마에스트리의 평균자책점은 7.41이었다.
지난해 외국인투수 농사를 망쳤던 한화는 겨우내 심혈을 기울였다. 타 팀보다 영입 속도가 더뎠지만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라는 두 거물을 데려왔다. 돈보따리도 풀었다.
적어도 두 외국인투수는 아프지 않다. 개막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또한, 기이한 행동으로 말썽을 부리지도 않는다.
물음표가 없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뛰었던 이들이다. 따라서 긴 이닝을 던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라던 한화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비야누에바와 오간도는 한화가 그토록 바라던 ‘원투펀치’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대전 LG전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연패를 끊고 연승의 토대를 마련했다.
불운 끝에 첫 승을 신고한 비야누에바의 평균자책점은 1.78로 매우 짜다. 초반 불안했던 오간도도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나란히 4번씩 밖에 등판하지 않았으나, 최근 몇 년간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투수 듀오 중 가장 낫다는 평가다.
다만 외국인투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한화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선발진은 그 동안 한화의 약점 중 하나다. 때문에 외국인투수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2명으로 메울 수만은 없다. 시너지효과를 얻으려면, 3,4,5선발을 맡을 국내 투수의 분발이 요구된다.
배영수, 송은범, 이태양이 1,2차례 호투를 펼쳤지만 좀 더 꾸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셋 다 1번씩 흔들린 적이 있다.
↑ 이용규가 가세하면 한화의 수비도 더 견고해질 것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는 올해 개막 후 16경기에서 56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3.5득점이다. kt(48득점·경기당 평균 3득점) 다음으로 득점력이 떨어진다. 최근 6경기에서 14점밖에 못 뽑았다. 문제는 득점보다 많은 실점이다. 득실차가 ‘-18’이다. 1년 전의 ‘-59’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득점력은 더 떨어졌다. 한화는 지난해 16경기에서 63득점을 올렸다.
찬스가 없지 않다. 그러나 잔루가 131개로 두산(148개)에 이어 2번째로 많다. 득점권 타율이 0.219로 10개 팀 중 최하위다. 팀 타율보다 득점권 타율이 낮은 팀은 한화(0.260-0.219)와 NC(0.271-0.260), 2팀뿐이다.
장타 빈도도 낮다. 장타율이 0.349로 9위다. 한화는 다른 팀과 견줘 장타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44경기 기준 장타율은 0.431(7위)이었다. 홈런도 142개(5위)를 날렸다. 그러나 올해 한화의 홈런은 7개로 가장 보기 어렵다. 지난 14일 대전 SK전의 최진행 홈런 이후 대포는 4경기 연속 침묵하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한 가지도 있다. 실책이다. 지난 19일 경기에서도 실책 2개를 범하면서 이 부분 19개로 압도적 1위다. 2위 삼성(15개)과도 4개차다. 3월 31일 두산과 개막전에서 4개의 실책을 기록했던 한화는 무실책 경기가 4경기에 그쳤다. 1년 전(3번)보다 1경기가 더 많아졌지만 웃기 어려운 현주소다. 1년 전 16경기 기준 실책은 20개였다. 별반 차이가 없다. 수비 불안은 한화의 지속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그리고 불펜이 더 견고해져야 하는 한화다. 올해 한화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4.26이다. 뒤에서 4번째다. 철벽과는 거리가 있다. 잘 버티다가도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선발
그 가운데 지난 17일 트레이드로 포수 최재훈을 영입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외야수 이용규와 투수 권혁이 지난 19일 퓨처스리그 삼성전을 뛰며 1군 복귀 시동을 걸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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