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Fake News)가 골칫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통령선거운동 기간 가짜뉴스와 온갖 괴담이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이번 대선과 관련한 가짜뉴스는 모두 3만462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18대 대선(7201건) 대비 4.8배에 달한다. 또 대검찰청에 따르면 1일 기준 검찰에 입건된 선거 사범 264명 중 가짜뉴스 유포 행위를 비롯한 흑색선전 사범이 32.2%에 해당하는 85명으로 나타났다. 18대 대선 때는 흑색선전 사범이 47명으로, 전체 선거 사범(194명)의 24.2%였다.
가짜뉴스는 선거를 통해 확산된 개념이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학계에서 논의되는 가짜뉴스의 개념은 '뉴스 형식으로 허위의 사실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괴담이나 흑색선전, 유언비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유언비어나 흑색선전과 다른 점은 언론사가 유통시키는 기사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 등 SNS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별명은 빵과 관련 있다. 이는 현역시절 팀이 패배한 뒤 더그아웃에서 빵을 먹은 용의자(?) 아니냐는 의심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더그아웃 빵 사건은 프로야구 괴담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짜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로야구에서도 괴담과 루머 등은 존재해왔다. 이 중에서는 그냥 소문으로 남은 것들도 있고, 실제 사실로 판명된 것들도 있다. 물론 사실로 드러난 것들 중에도 괴담이 섞여, 일반 대중들에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많다.
▲ 더그아웃에서 누가 빵을 먹었나?
지금이야 괴담까지는 아니더라도 해프닝 수준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가장 유명한 사례는 ‘더그아웃 빵 사건’이다. 2004년 두산과 KIA의 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2회 초 접전 끝에 KIA 타이거즈가 두산에 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누군가 KIA 더그아웃 뒤에서 빵을 먹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성난 KIA팬들은 “누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팀이 졌는데, 빵을 먹고 있나”면서 범인을 색출하는 작업에 나섰다.
당시 용의자(?)는 박재홍 이종범(이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마해영 최향남 등이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빵형’ ‘빵재홍’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재홍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 “내가 빵을 먹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다. 물론 해설위원이 된 뒤에는 바케트를 들고 슈크림을 때려 폭발시켜 버리는 예고 영상을 찍거나, 넥센 서건창이 바나나를 먹는 걸 보고는 “선수들이 배고프면 빵 먹어야 돼요”라는 멘트를 던지는 등 자신의 별명이 된 빵을 마케팅에 적절히 이용하는 노련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팀이 졌는데, 빵이 목으로 넘어가냐”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지금은 “선수도 사람이니, 배고프면 더그아웃에서 빵을 먹을 수 있지 않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 롯데와 삼성 KIA LG등에서 활동했던 마해영은 은퇴 뒤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선수들의 약물복용 사실을 밝혀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 진 적이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약물 의혹은 국내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문제다. 프로야구에서도 도핑에 걸리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약물은 대표적인 부정행위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도핑에 걸리지 않는 약물을 디자인하는 신사동 디자이너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소문은 괴담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이었다. 디자이너가 도핑 검사 시기를 예측해 약물의 반감기를 조절해 양성 반응을 피하는 수법을 쓴다는 것이었다. 이는 2007년 미국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발코(BALCO) 스캔들’ 사례 때문에 소문의 신빙성은 더해졌다. 발코스캔들은 미국 베이에이리어연구소가 도핑테스트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합성스테로이드 THG를 제조해 배리 본즈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게 제공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과거에는 제대로 된 도핑이 없었다. 여기에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되면서 외국인 선수를 통해 약물이 건너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롯데와 삼성 KIA LG에서 선수생활을 한 마해영은 지난 2009년 ‘야구본색’이라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현역시절 나는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며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쉽게 유혹에 빠진다.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 우황청심환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주장을 내놔,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누가 약물을 복용했는지 밝히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당사자는 “책을 통해 이야기 한 것은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의 일로써 예전에 있었던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요즘 선수들이 약물 복용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쓴 취지는 후배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약물 복용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라는 해명만 내놨다.
↑ 지난해 승부조작 사실을 스스로 밝혔던 유창식. 그는 유기 실격 기간에도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독립리그 경기에 출전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노장 선수가 갑자기 기용되지 않고, 트레이드 대상으로 떠오른 경우, 다른 팀과의 사인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고,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사이라면 이런 의심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은퇴 후에 한 투수는 자신과 대학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동기와 맞대결에서 “한 번 쳐보라”라며 살살 공을 던졌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경우에 당사자끼리의 합의는 없었지만, “좋은 볼 좀 주라” “좋은 볼 줄게”라는 식의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2012년과 2016년 프로야구를 강타한 승부조작 파문은 괴담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로 볼 수 있다. 브로커들이 선수들을 포섭해 고의볼넷을 얻어내는 수법이 주된 방식이었고,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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