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흔히들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 중 선발투수의 역할은 대단히 높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불펜투수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결국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경기 시작을 좌우하는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마다 야구관계자들은 투수들 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류현진(LA다저스), 김광현(SK) 이후 국가를 대표할만한 에이스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걱정들을 한다. 한 때는 우완투수에 그 걱정이 쏠렸으나 최근에는 좌우 구분 없이 투수들의 더딘 성장세 자체에 문제를 집중하고 있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구단들은 더하다. 5인 로테이션을 잘 꾸리는 팀은 리그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 두산은 일명 ‘판타스틱4’라 불리는 특급 선발진 4명이 도합 75승을 합작하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거슬러 올라가도 삼성 왕조, SK왕조, 2009년 KIA우승, 2000년대 초 현대왕조 모두 마운드의 힘이 적지 않았다. 정민태(현대), 로페즈-구톰슨(이하 KIA), 김광현(SK)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 투수왕국 LG의 마운드가 더 강해졌다.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외인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오른쪽)가 복귀하며 그 무게감이 무거워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그 와중에 배부른 고민을 펼치는 두 팀에 시선이 쏠린다. 바로 LG와 넥센. 선발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다른 팀들의 고민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지 선발투수가 남아도는 실정이다. 6선발 및 휴식조정 혹은 불펜강화 등 다양한 가설과 옵션이 제기된다. 5선발은커녕 원투펀치도 성하지 않은 일부 팀들 입장에서는 눈물 나게 부러운 상황이다.
▲ 풍족한 LG
시즌 초반 부침을 겪은 뒤 현재는 3강을 굳힌 LG. 지난해 이룬 성공적 리빌딩이 제대로 결실을 맺었다.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며 순항하고 있다. 마운드에서의 힘이 크다. 13일 현재 독보적인 2점대(2.80) 평균자책점으로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다. 불펜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특히 선발진의 활약이 눈부시다. 당초 예상된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의 부재 속 이룬 성과. 토종에이스 류제국은 ‘슬로스타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초반 7경기 중 6승을 거뒀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달라진 ‘파이어볼러’ 헨리 소사는 전에 없는 강력함으로 에이스 역할을 대신했다. 더욱이 비시즌 때 FA로 영입한 정상급 좌완 차우찬은 적응기가 따로 필요 없이 이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높은 기량을 보여줬다.
검증된 이들 외에 새 얼굴도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5선발로 굳혀가던 영건 임찬규가 시즌 첫 경기만 부진했을 뿐 이후부터는 5선발이 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임찬규는 평균자책점이 1.30. 최근 4경기 동안 실점이 1점에 불과한데 특유의 당찬 피칭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뒤를 이어 2016년 1차 지명 김대현이 지난달부터 5선발로 나서고 있는데 아직 미완이지만 풍부한 잠재력을 가졌다. 김대현은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이 두드러져 벌써부터 LG 팬들 사이에서는 미래의 에이스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는 사이 기존 에이스 후보 허프마저 부상에서 돌아왔다.
↑ 넥센은 토종 선발진의 순항으로 선발진이 풍성해졌다. 조상우(사진)는 일 년여의 재활에도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 중이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 풍성한 것은 넥센도 마찬가지
넥센도 여유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변수가 많았다. 노장인 앤디 밴헤켄의 사정을 고려해 구단 사상 최고액을 들여 영입한 션 오설리반이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시즌 초반까지 끝 모를 부진에 허덕였다. 일 년 이상의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던 한현희와 조상우의 회복과 몸 상태를 쉽게 예단하기도 어려웠다. 선발보직은 차후 문제. 혹시나하고 걱정된 신재영의 2년차 징크스, 그리고 지지부진했던 나머지 토종 선발자원들의 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오설리반은 부진했지만 밴헤켄의 리드 속 한현희와 조상우가 부상을 털고 순조롭게 선발로 안착했다. 신재영은 지난해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3선발 이상의 역할은 소화하고 있으며 2015년 1차 지명 최원태가 선발로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불안했지만 어느새 안정적인 5선발이 돌아가고 있는 넥센. 최근에는 오설리반을 퇴출시키고 제이크 브리검이 KBO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대안은 6선발?
배경과 상황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LG와 넥센 모두 선발진이 풍족하다는 것은 같다. 두 팀 입장에서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상황인데 그러다보니 심심찮게 6선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양 팀 사령탑 모두 6선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국내에서는 6선발이 필요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여름이 되면 비가 자주 온다. 그러면 로테이션이 자연스럽게 밀려서 휴식일이 생기는데 자칫 선수들 컨디션에 영향을 끼친다”고 고려하지 않은 이유를 날씨에서 찾았다. 국내 날씨 여건 상 우천순연이 많기에 5명의 선발로도 충분히 일정을 짤 수 있다는 이야기.
장정석 넥센 감독 역시 “6선발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다른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 넥센은 기존의 부진했던 션 오설리반을 퇴출하고 브리검(사진)을 영입했다. 장정석 감독은 브리검을 선발투수로 기용할 것을 시사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6선발이 아니라는 LG는 자연스럽게 로테이션 조정이 이뤄질 전망. 결국 성적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직 선발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김대현이 2군서 조정을 거칠 확률이 높다. 낮은 확률이지만 임찬규 역시 후보군이다. 파격적인 선택이라면 롱맨 역할 경험이 많은 차우찬의 보직 전환이지만 이는 현재 LG에서 거론되지 않을 전략일 듯하다.
넥센은 비슷하나 좀 다르다. 장 감독이 시사한 바에 따르면 브리검 합류 후 토종 선발진 중 한 명이 불펜으로 가거나 혹은 긴 호흡을 갖는 로테이션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현희와 조상우같이 불펜 경험이 있는 후보의 뒷문지기로 변신 혹은 최원태의 새로운 옵션 활용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니면 적절하게 선발투수 중 한 명씩에게 휴식을 주며 폭 넓고 여유 있는 5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또 다른 방안이다. 엔트리 이동 없이 휴식을 취한 선수에게 선발진을 맡기는 것인데 1년 장기레이스인 것을 감안하면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고민 자체가 생소해
LG와 넥센이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할 무렵 나머지 8개 구단은 피 튀기는 선발경쟁을 펼치고 있다. 단독선두 KIA는 다 괜찮지만 5선발 자리가 고민거리이고 NC 역시 토종 선발진의 더딘 성장 속 에이스 맨십의 부상이 크게 다가온다. SK와 롯데, 한화 등 중위권 팀들 또한 마찬가지. 삼성처럼 외인에이스가 여전히 부재한 팀도 있다.
선발투수가 남아돌아 6선발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LG와 넥센은 토종선발진의 성장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 김대현, 최원태 등 상위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으며 임찬규와 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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