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팀의 한 해 농사 결과가 크게 바뀐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건 건강하지 못하다”고 문제의식을 가지고는 있으나, 현실로 닥치면 그들에게 자연히 의존하게 된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의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라던 말 한 마디는 ‘나믿○믿’이라는 유행어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10개 구단이 되면서 나타난 큰 문제점 하나는 얕은 선수층이다. 10개 구단을 꽉 채울 만한 인원이 못 된다. 그렇게 되니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또 더욱 높아지게 됐다. KBO리그는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3명 보유(같은 포지션 금지)-2명 출전 규정이 생긴 이래 대부분의 구단이 타자 1명, 투수 2명(2015년 신생팀 kt는 시즌 도중 타자2-투수2 체제로 전환)으로 꾸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투·타를 막론하고 용병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 올 시즌 퇴출 1호 외인으로 기록된 전 넥센 션 오설리반. 사진=MK스포츠 DB |
2017시즌에도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팀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올 시즌 1호 퇴출 외인은 넥센의 션 오설리반. 넥센은 지난 3일 오설리반을 웨이버공시하고, 이튿날인 4일 제이크 브리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오설리반은 넥센이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110만달러에 영입한 인물. 그러나 일본 전지훈련서부터 좋지 못했다. 다행히 한국으로 와서 등판한 시범경기 3경기서는 리그 1위 평균자책점(0.69)을 기록할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또 막상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대량 실점이 이어졌다.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5.75(8이닝 14자책)의 초라한 성적만 남았다.
2호 퇴출은 SK 와이번스의 타자 대니 워스가 이었다. SK는 5일 워스를 방출하고, 7일 제이미 로맥을 데려왔다. 워스의 경우 캠프 때부터 어깨 부상으로 이러한 사태를 진작 암시해주는 듯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서 유격수, 2루수 등 포지션을 소화한 702⅓이닝 동안 1개의 실책만을 기록했었다. 또한 스스로를 “공격·수비에 균형 잡힌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소개했지만 그가 수비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워스는 정규시즌 3경기 타율 0.111(9타수 1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384를 기록한 채 작별을 고했다.
시즌 직전 빠르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었던 롯데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롯데는 지난해 총액 52만 5000달러에 투수 파커 마켈을 영입했다. 지난 2시즌 동안 에이스 역할을 했던 조쉬 린드블럼을 이을 선수. 그러나 일본 캠프서부터 수면 장애를 호소하며 적응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시범경기 1경기 3이닝 소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에도 어려움을 호소, 스스로 계약 해지 의사를 드러냈다. 롯데는 빠르게 닉 애디튼으로 자리를 대체했지만 6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7.00(27이닝 21자책)으로 기대를 채우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 부상 재활 후 2경기 던지고 다시 부상으로 빠져있는 두산 마이클 보우덴. 사진=MK스포츠 DB |
이밖에도 NC 다이노스의 투수 제프 맨쉽은 7경기 7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뒤, 팔꿈치 부상으로 약 6주간 재활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져 구단의 가슴을 ‘쿵’ 떨어지게 만들었다.
◆최근 5년 최악의 외인 배출 구단-한화, 삼성
최근 5년으로 기간을 넓혀보면 한화, 삼성이 특히나 잔혹사에 시달려왔다. ‘역대급’으로 최악의 외인이 두 팀에서 많이 배출됐다.
많은 외인 잔혹사 중에서도 구단, 팬 모두를 가장 화나게 하는 건 조기 퇴출일 것이다. 부상으로 시즌 초부터 웨이버공시를 하게 만드는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더해, 부진한 와중에 야구 외적으로 논란거리를 만든다거나, 작정하고 태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선수들이 포진돼 있다.
↑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관광객’으로 남아있는 전 한화 배스. 사진=MK스포츠 DB |
2014시즌에는 투수 케일럽 클레이가 10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40이닝 37자책)의 성적을 남기고 자신의 나라로 쓸쓸하게 돌아갔다. 그는 첫 개막전 승리로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5월초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결국 6월 11일 방출됐다.
2015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을 찾아 10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75⅔이닝 25자책)을 기록했던 에스밀 로저스는 2016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고액인 19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서 팔꿈치 부상 증세가 나타났고, 시즌 시작이 늦어졌다. 복귀 후에도 부상을 떨치지 못했다. 6경기만 뛰고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시즌을 접게 됐다. 수술을 결정했고, 6월 24일 웨이버공시됐다. 같은 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9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9.42(28⅔이닝 30자책)의 성적을 남기면서 팀을 좌절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카리대를 배출한’ 삼성이다.
↑ ‘의료관광’이라는, 외인의 흑역사 한 페이지를 새로 쓴 전 삼성 카리대. 사진=MK스포츠 DB |
2016시즌은 카리대에 비교될 만한 외인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속을 썩였다. 투수 콜린 벨레스터는 3경기 전패, 평균자책점 8.03(12⅓이닝 11자책)으로 고전했다. 5월 17일자로 2016시즌 첫 퇴출 외인으로 기록됐다.
더 큰 문제는 그를 대체해 들어온 아놀드 레온이었다. 레온은 제2의 카리대가 됐다. 5월 17일 영입 후 한국을 찾아 2군에서 적응 기간을 가졌다. 5월 26일 데뷔를 치렀는데, 이틀 뒤인 28일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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