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43위와 71위. 메이저대회 경험의 차이도 크다. 한국은 14번째 U-20 월드컵 출전이다. 기니는 1979년 이후 38년 만이다.
첫 승 제물이다. 하지만 상대를 얕보지 않았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3년 전 칠레에서 맞붙었을 때도 한국은 종료 직전 오세훈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만 6명이었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예상보다 더 답답했다. 앞서 열린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이 증명했듯 점유율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국은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수비 진영에서 공을 다루는 시간이 많았다. 전방으로 패스가 공급되지 않았으며 중원에서 끊기는 경우도 많았다. 기니의 역습과 쥘스 케이타의 현란한 드리블에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 여러 차례였다.
↑ 이 슛이 한국과 기니의 운명을 뒤바꿨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한국이 필요한 것은 승리와 승점 3점이었다. 자칫 실타래가 이상하게 꼬일 수 있던 경기였다. 그 흐름을 한국으로 가져온 것은 이승우(바르셀로나)였다. 전반 17분 빠른 속도로 1명을 제친 후 조영욱(고려대)와 역습을 펼쳤던 이승우는 전반 36분 힘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과감한 슛으로 기니의 골문을 열었다.
이승우의 존재감이 더 빛난 것은 전반 45분. 왼쪽 측면을 허문 뒤 완벽한 패스로 조영욱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줬다. 비록 공이 라인을 벗어나며 조영욱의 골이 ‘노 골’로 판정됐으나 이승우의 자신감 넘치는 돌파는 인상적이었다.
이승우의 활약으로 경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신바람이 난 쪽은 한국이었다. 기니는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3선의 균형도 흔들렸다.
이승우는 톡톡 튀었다. 후반 1분 백승호(바르셀로나)에게 재치 있는 힐 패스를 하며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3만7500명)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승우의 패스는 후반 26분 빛났다. 정교한 패스로 임민혁(FC서울)의 추가골을 도왔다. 중요한 순간에 터진 골이다. 1-0으로 불안하게 앞서던 한국은 이 골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를 주목하는 지구촌의 관심만큼 컸던 존재감이다.
↑ 이승우는 2017 U-20 월드컵 조별리그 기니전 대승의 주역이었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이승우는 이날 파격적인 헤어를 선보였다. 대회 전 훈련 도중 헤어밴드로 감췄던 메시지는 ‘V’와 ‘SW’였다. V는 우승을 의미했고, SW는 승우의 영문 이름 약자가 아닌 6연승을 상징했다.
U-20 월드컵은 팀당 최대 7경기를 치른다. 6연승은 결승행을 뜻한다.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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