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전반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2017시즌. 올 시즌은 유난히도 구단 간 트레이드가 빈번했다. 다수의 선수가 얽힌 대형 트레이드부터 기대주들간 이동 같은 소소한 트레이드까지. 시기 구분 없이 또 상황과 구단별 제약 없이 그 어느 때보다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2017 전반기 트레이드 일지
시작은 소소한 맞교환이었다. 시즌 개막 전인 3월17일 넥센과 NC가 각각 투수자원 강윤구와 김한별을 트레이드했다. 2016년 군에서 제대한 강윤구는 매해 넥센의 기대주로 꼽혔지만 성장세가 더뎠던 좌완투수. 김한별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3라운드 우완투수 유망주다.
↑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수혜를 입은 팀은 바로 KIA다. 이명기(왼쪽)와 김민식이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4월17일에는 두산과 한화가 각각 내야수 신성현과 포수 최재훈을 맞바꿨다. 내야 뎁스를 늘리고 싶은 두산과 젊은면서 기량을 갖춘 포수가 필요했던 한화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4월18일에는 kt와 롯데가 2대2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검증된 화력이 필요했던 kt는 롯데로부터 내야수 오태곤과 우완투수 배제성을 받았다. 불펜강화가 절실했던 롯데는 kt에게서 장시환 그리고 우완투수 김건국을 영입했다.
5월18일에는 SK와 넥센이 기대주들을 맞교환했다. SK는 넥센으로부터 좌완투수 김택형을 데려왔고 반대로 넥센은 SK에게서 2016년 신인 좌완투수 김성민을 영입했다. 서로가 일찍이 관심을 갖던 자원들을 맞바꾼 모양새가 됐다.
5월31일에는 NC가 포수강화를 위해 kt로부터 김종민을 데려왔다. kt는 반대급부로 젊고 가능성 있는 우완투수 강장산을 영입했다.
↑ SK 역시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처럼 규모와 사이즈가 컸지만 무엇보다 올 시즌 트레이드들은 몇몇 구단들에게는 뼈가 되고 살이 되기도 했다.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KIA는 트레이드 최대 수혜팀이다. 의욕에 차 시도한 트레이드인 것은 맞지만 이 정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구단조차 상상했을까. 새로 합류한 안방마님 김민식은 완벽한 주전포수로 도약해 KIA의 약했던 고리를 채웠다.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백업포수에 머물렀던 김민식은 KIA에 입성한 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내뿜고 있다. 각종 지표를 떠나 김민식 영입으로 KIA의 안방과 내야 전체가 강해졌다. 유망주 한승택의 성장까지 기다릴 여유를 챙겼다.
KIA의 트레이드 당시 이처럼 포커스는 김민식에 쏠린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함께 영입된 이명기는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4대4 트레이드 선수들 중 이름값에서는 가장 앞섰지만 지난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SK에서 백업으로 밀려났던 이명기는 KIA에서 그 이전 전성기보다 더 뜨거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70경기를 소화한 현재 타율 0.351 100안타 4홈런 46타점 장타율 0.467 출루율 0.393에 이른다. 4안타, 5안타 경기를 연거푸 펼치며 어느새 붙박이 주전 우익수로 자리 잡았다. 개막 전 이명기를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과정이 펼쳐지고 있는 것.
↑ 최재훈(사진)은 한화로 이적 후 출전기회가 많아지며 커리어하이는 물론 데뷔 첫 올스타로도 선정됐다. 사진=MK스포츠 DB |
KIA와 마찬가지로 한화도 트레이드를 통해 사실상의 주전포수를 얻었다. 그간 베테랑 포수만 넘쳤던 한화는 20대이면서 공격력과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최재훈이 새로운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했다. 포수왕국 두산에서 백업에만 머물던 최재훈은 한화 이적 후 공수에서 기량이 급성장해 커리어 하이는 물론 최근 데뷔 후 첫 올스타선수로도 뽑혔다. 최재훈은 “이렇게 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구단 덕분이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새로운 팀에서의 새 출발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SK도 트레이드로 수확을 얻었다. 거포가 집중된 외야에 발 빠른 노수광이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공격력이 강점인 포수 이홍구는 타자 친화적 홈구장인 행복드림구장서 연일 대포를 터뜨렸다. 베테랑 포수 이성우 역시 출전횟수는 적어도 안정감 넘치는 경기력을 몇 번 보여줬다.
▲NC와 넥센…기대되는 미래
주전포수 김태군 외에 마땅한 백업 포수자원이 부족했던 NC는 kt로부터 김종민을 영입해 그 자리를 채웠다. 빠르게 적응한 김종민은 어느새 팀 내 약점이었던 백업포수를 잘 메워주고 있다는 평가. 그간 빛을 보지 못하던 좌완 요원 강윤구 역시 불펜 및 임시선발로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친정인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1170일 만에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토종선발진 옵션이 적어 고민이던 NC를 미소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넥센 역시 신예 김성민이 불펜은 물론 선발로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급기야 김성민은 지난 2일 kt전서 5이닝 1실점 강우콜드 완투승을 따내며 주가를 높였다. 프로 데뷔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그이기에 더욱 의미를 남겼다.
▲아직 좀 더 시간이…
두산은 최재훈을 내주고 받은 신성현의 활약이 미진하다. 백업 내야수 역할도 만족스럽지 못하며 5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다. 한 달여 뒤 1군에 복귀했지만 금세 다시 2군으로 떨어졌다. 이적한 최재훈의 맹활약 및 주전포수 양의지의 긴 부상까지 더해 더욱 씁쓸해진 상황이다.
롯데 역시 회심의 카드였던 장시환이 불펜에서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5점대에 블론세이브만 벌서 6개를 기록했다. kt도 오태곤이 2할대 타율에 머물며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 모든 트레이드가 순풍은 아니다. 아직 가시적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보이는 롯데 장시환(사진)의 경우도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구단 간 선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 이 트레이드가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팀 약점을 메워주기도 하며 강점을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침체된 선수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리그의 활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몇몇 야구인들은 “시즌 초 이뤄진 몇 건의 트레이드가 리그 판도를 변화시킨 측면이 크다”고 목소리 높였다. KIA의 강세, SK와 NC의 약진 등이 그 증거라는 것. 반면 하위권에 허덕이는 팀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트레이드 효과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과거처럼 주판알을 튕기는데 급급한 모습은 많이 사라질 조짐이다. 올 시즌 성공사례들로 인해 팬들의 트레이드에 대한 여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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