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해마다 100% 적중률이 없던 KBO리그였다. 2017년 판도 역시 뚜껑을 여니 많이 달랐다. KIA의 독주 속 전반기를 마감했다.
총 720경기 중 425경기(59%)를 치렀다. 팀당 82~88경기를 소화했다. 반환점을 돌았다. 6월부터 극심해진 타고투저 아래 순위표 맨 위에는 KIA가 있다. NC와 2강 혹은 SK까지 더해 2+1강 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KIA는 나 홀로 1강이었다. 절대 강세였다.
↑ KIA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NC와 전반기 3연전을 싹쓸이 하면서 독주 체제를 굳혔다. 2011년 이래 가장 압도적인 페이스다. 사진=김영구 기자 |
KIA는 57승 28패로 전반기를 끝냈다. 10개 팀 중 유일하게 50승 이상을 올렸다. 10승(4월 15일·13경기), 20승(5월 3일·28경기), 30승(5월 24일·46경기), 40승(6월 13일·62경기), 50승(7월 1일·77경기)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엄청난 페이스다. KIA는 4월 12일 두산을 꺾고 1위에 오른 뒤 단 하루도 그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전반기 마지막 날까지 93일 연속 선두다. 공동 선두를 허락한 것도 딱 6일(4월 12~13일·6월 25~28일)이다.
KIA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다. KIA는 지갑을 열었다. FA 계약자만 3명이다. 양현종과 나지완을 붙잡았으며 최형우를 영입하며 4번타자 고민을 해결했다. 이 3명의 계약규모만 162억5000만원이다. ‘먹튀’는 없다. 셋 다 투-타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하지만 독주까지 예상됐던 것은 아니다. 4월 7일 SK와 4대4 트레이드로 포수(김민식)와 리드오프(이명기) 문제까지 푼 KIA는 탄력을 받았다. 3연승과 4연승이 4번이었으며 5연승, 6연승, 7연승이 1번씩이었다. 반면, 3연패가 4번 있었으나 4번 이상 진 적은 없었다.
불펜이 흔들려도 막강한 선발진과 화끈한 타선으로 충분히 메우고 있다. 헥터(14승)와 양현종(13승)은 벌써 27승을 합작했다. KIA는 6월 27일 광주 삼성전부터 7월 5일 문학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 8경기에서 무려 111점을 뽑았다.
KIA의 승률은 0.570이다. 지난해 전반기 1위 두산(55승 1무 27패)보다 미세하게 낮다. 그렇지만 일방적이다. 지난해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두산과 NC의 승차는 4.5경기였다. KIA는 NC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싹쓸이 하면서 승차를 8경기로 벌렸다. 2010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010년 전반기를 60승(28패)으로 마친 SK도 2위 삼성과 승차는 7.5경기였다.
↑ kt는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다. 돌풍은 KBO리그 초반까지 불었다. 4월 13일까지도 1위였다. 그러나 이후 20번을 이기는 동안 53번을 졌다. kt는 3년 연속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올해도 시범경기 성적은 믿을 게 못 됐다. KIA는 시범경기를 7위에 그쳤다. 5할 승률(5승 6패)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3번의 시범경기(7위-공동 5위-7위)에서 4위 이내 오른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압도적인 1위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양대리그 시절을 제외하고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6번(1987년 해태·1992년 롯데·1993년 해태·1998년 현대·2002년 삼성·2007년 SK)이다. 10년 전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시범경기 1위가 가을야구 징크스와 직결된다. 2013년 이후 시범경기 1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에 나간 팀은 2015년의 넥센이 유일하다.
올해 시범경기 1위는 kt였다. 창단 이래 처음이었다. 올해는 kt가 달라지는가 싶었다. 4월 13일까지 선두였다. 하지만 이후 꼬꾸라졌다. 성장세는 더뎠다. 그나마 힘을 냈던 마운드마저 무너졌다. 12승 14패-10승 16패-5승 20패-1승 6패로 월간 성적이 점점 나빠졌다. 그나마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정현의 끝내기 안타로 8연패를 끊었다.
6월 21일 수원 롯데전 패배 후 10위로 내려간 뒤 반등이 없다. 익숙한 자리다. 3년 연속 전반기 최하위다. 선두 KIA와 승차는 무려 28.5경기차다. 9위 삼성과 승차도 5.5경기로 벌어졌다. 3년 연속 최하위 위기다.
올해 KBO리그는 극과 극이다. 생각보다 더 간극이 크다. 5할 승률을 하고도 6위다. 야구 전문가는 예상이 빗나간 이유 중 하나로 kt의 부진을 꼽는다. 9위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창단 이래 최악 성적인 9위에 그쳤던 삼성은 악몽의 4월(4승 2무 20패)을 보냈다. 되는 게 없던 시기였다. 6월 이후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아주 높이 뛰어오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수 농사는 올해도 실망스럽다. 한화(8승 1무 3패)를 빼고는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최하위 kt에게도 5승 7패로 열세다.
롯데와 한화도 끝내 1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6월 10일 이후 7위와 8위는 고정된 자리였다. 롯데는 서울 연고 3팀의 틈바구니에 끼지 못했으며, 한화 또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비슷한 행보여도 엄연히 간극은 크다. 롯데는 한화보다 5번을 더 이겼고 4번을 덜 졌다. 유일하게 감독이 교체된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 사퇴 이후 18승 1무 23패를 기록했다.
↑ NC는 전반기 내내 KIA를 위협했던 팀이다. 하지만 7월 들어 1승 7패로 주춤하면서 2위 자리도 위협을 받게 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
7월 들어 1승 7패로 주춤했지만 NC는 올해도 저력을 발휘했다. 맨쉽, 스크럭스 등 두 외국인선수가 장기 결장한 데다 10승 투수가 1명도 없음에도 전반기 내내 KIA와 선두 다툼을 벌인 유일한 팀이었다.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했다. 간판선수 나성범이 중심을 잡았으며 모창민은 32세의 나이에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손시헌과 이종욱, 두 베테랑도 힘을 보탰다. 임창민(21세이브), 원종현(18홀드), 김진성(13홀드)의 뒷문도 단단한 편이었다.
NC는 꾸준했다. 2번째 시즌이었던 2014년부터 전반기 석차 3등 안에 들었다. 4년간 전반기 성적(187승 4무 29패)만 놓고 보면 넥센(187승 4무 148패)과 함께 가장 안정적이었다.
넥센은 신비로운 힘은 올해도 발휘됐다. 뚜렷한 선수 보강이 없던 데다 어느 때보다 외국인선수 수혜를 입지 못했음에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유력한 신인상 후보 이정후를 비롯해 새 얼굴이 끊임없이 나왔다. 넥센은 2012년 이후 빠짐없이 전반기를 4위 이내로 마쳤다. 넥센이 유일한 기록이다.
힐만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SK는 10개 팀 중 가장 늦게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기는 법을 터득한 뒤 무섭게 승수를 쌓았다. 최대 강점은 홈런. 전반기 마지막 날 터진 최정의 31호 홈런까지 153개를 날렸다, SK가 3위로 전반기를 마친 것은 2011년(3위) 이후 6년 만이다.
시간이 흐르면 올라갈 것 같던 두산과 LG는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마운드가 계획대로 돌지 못하면서 꼬였다.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그나마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치면서 두산(42승 1무 39패)과 LG(41승 1무 40패)는 승패 마진 ‘플러스’를 유지, 후반기를 기약했다.
2012년 이후 전반기 1위 팀은 끝까지 1위였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전반기 성적을 토대로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결정된 적은 단 1번(2013년) 밖에 없다. 최소 1팀의 얼굴은 바뀌었다. 지난해만 해도 LG와 KIA가 SK와 롯데를 밀어내고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위 NC부터 6위 LG까지 승차는 6경기. 특히 넥센과 두산, LG는 1경기차로 촘촘히 붙어있다. 롯데 또한 두산과 3경기차다. NC와 SK도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팀당 56~62경기가 남아있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간극이다.
감독들은 후반기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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