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20년 전처럼 이승엽(41·삼성)의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의 땀과 함께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승엽의 홈런 대신 이승엽을 위한 폭죽이 대구 하늘을 수놓았다.
올스타전은 이벤트다. 승패가 중요치 않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야구다. 이승엽은 야구를 하러 11번째 올스타전에 왔다. 팬에게 즐거움을 주되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이승엽은 “아무리 올스타전이지만 너무 장난스럽게 비춰지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승엽이 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야구선수였다.
이승엽은 팬이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팬은 “이승엽”을 연호했다. 이승엽이 처음과 끝이 같은 대구 올스타전에서 20년 전처럼 큼지막한 홈런을 보고 싶다는 한 목소리였다.
↑ 이승엽(왼쪽)이 15일 열린 2017 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에서 3회초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이대호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이승엽도 어느 때보다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승리를 위한 배팅이 아닌 홈런을 위한 배팅이었다. 올스타전 통산 홈런 3개(1997·1999·2001년)를 기록한 그는 한 번 더 홈런을 치고 싶었다.
팬을 위한 선물이었다. 두 아들과 시구, 사인회, 헌정 유니폼 증정식, 이대호(롯데)와 홈런 세리머니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그 보다 더 값진 선물이 홈런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도전이었다. 그리고 기회는 꽤 많이 찾아왔다. 드림올스타 타선은 시작부터 화끈했다. 타순이 계속 돌았다. 4이닝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은 역대 올스타전 최초 기록이었다. 홈런도 펑펑 터졌다. 올스타전에서 흔치 않았던 연타석 홈런 기록도 2번(최정·이대호)이나 작성됐다.
하지만 고대하던 이승엽의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2번째 타석(3회초)에서 배영수(한화)의 실투를 공략해 큰 타구를 날렸을 때 환호성이 터졌지만, 외야 우측 폴을 살짝 벗어났다. 파울 홈런.
↑ 이승엽이 15일 열린 2017 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에서 4회초 2루타를 날린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
홈런은 없으나 장타는 터졌다. 4회초 2사 1,3루서 풀카운트 끝에 김진성의 8구를 때려 외야 우측 방향으로 2루타를 날렸다. 이승엽의 올스타전 11번째 안타. 11개 중 장타가 8개로 72.7% 비율이다. 타점도 추가했다. 이어 전준우의 적시타로 홈까지 밟았다.
이승엽은 이날 총 6타석 등장했다. 개인 역대 올스타전 1경기 최다 타석. 9회초 1사 2루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지막 상대 투수 임창민(NC)은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임창민의 145km 공을 힘껏 쳤지만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유격수 뜬공. 2만108명이 자리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탄식이 터졌다.
이승엽의 올스타전 통산 성적은 12경기 타율 0.220 50타수 11안타 3볼넷 6타점 8득점. 홈런과 함께 첫 미스터 올스타에도 도전했지만, 올스타전 MVP는 끝내 그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래도 후배들이 떠나는 이승엽에게 승리의 선물을 줬다. 드림올스타가 나눔올스타에 대승을 거두면서 이승엽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승엽이 속한 올스타 팀의 성적은 7승 1무 4패. 20년 전 대구 올스타전에서는 패배를 경험했지만 20년 후 대구 올스타전에서는 달콤한 승리를 맛봤다.
↑ 이승엽은 15일 열린 2017 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에서 두 아들(이은혁 군, 이은준 군)과 함께 시구를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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